오늘 수업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오늘도 과외를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가자마자 가볍게 물어봤습니다. 연습은 얼마나 했냐고요. 그런데 조금 당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둘 중 한 아이가 연습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 과외는 한 아이의 가정집에서 다른 아이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가 큐브를 들고 집에 찾아오는 식이죠. 그런데 지난 주에 큐브를 여기에 놓고 갔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주일 간 연습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일부러 들고 다니는 물건이라면, 그게 저렴한 물건도 아닌데 그렇게 쉽게 두고 올 수 있을까 싶었죠.
수업 도중에 물어봤다.
“큐브가 너한테 몇 순위야?”
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별 고민 없이 말했습니다.
“한 5순위요.”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아, 이 아이에게 큐브는 그런 위치구나.
또 다른 장면도 있습니다. 분명 중급을 끝냈는데 아직도 초급의 방법을 사용하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공식을 다시 확인하려 했는데 두 아이 모두 아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공식이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그 공식을 배웠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 하는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공식은 다소 깁니다. 하지만 분명히 다 외운 것을 확인했던 공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역시 의지가 없는 건가.’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 생각이 약간은 달라졌습니다.
“하루에 큐브 연습을 할 시간이 얼마나 남니?”
한 아이는 40분, 다른 한 아이는 2시간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이 남는다는 아이는, 그 시간이 꽤 많다는 듯이 말했고 큐브를 하는 것과 노는 것을 완전 별개로 이해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큐브를 두고 온 것, 공식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연습을 거의 하지 못한 것.
그게 단순히 ‘의지 부족’이라고만 말할 수 있는 걸까 싶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아쉬운 마음은 있습니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분명 지금보다는 잘 할 테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의지 부족이라는 말 자체는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큐브는 반드시 챙겨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남는 시간이 있을 때나 겨우 떠올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두고 오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해 온 수업이고 어렴풋이 느끼던 것이 오늘은 좀 확실해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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