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9일에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2022년 첫 WCA 공인 큐브 대회가 열렸습니다. 참가신청 개시로부터 50분 만에 정원을 모두 채워버렸고 많은 선수들이 대회에서 보다 좋은 기록을 얻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죠. 운동선수들이 말하는 시즌 준비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회를 앞두고 어떤 공식을 추가로 외울지, 공식을 추가로 외웠을 때 어느 정도 기록이 줄어드는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어차피 외울 공식이라면 빨리 외우고 적응해서 실전에서 써먹는 게 좋을 테니 공식을 외우는 게 이상한 건 아니죠. 무엇보다 매우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공식을 외우는 것이 그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의 기록 단축 효과를 보여주는지 물어본다면 제 생각은 일반적으로 'NO'입니다. 공식을 외우는 것 자체만으로는 그 분들이 원하는 드라마틱한 기록 단축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 두 명의 큐버가 있습니다. 중급 공식으로 평균 19초를 찍는 A, CFOP를 모두 외워서 평균 25초가 나오는 B입니다. 분명 해법의 효율성은 B가 압도적이죠. 하지만 기록은 A가 무려 6초가 더 잘 나옵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답은 '큐브를 돌리는 속도'에 있습니다. A에 비해 B가 큐브를 돌리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것이죠.
최정상급 큐버들이 큐브를 맞추는 영상을 보시면 큐브를 맞추는 솔루션 또한 매우 효율적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큐브를 돌리는 속도, 그리고 큐브를 돌리지 않고 있는 딜레이이입니다. 큐브를 잘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으로 큐브를 빠르게 돌리고 딜레이를 최소화할 줄 알죠. 큐브를 빠르게 돌리지 못한다면 기록이 잘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긴 합니다.
이 점을 대회를 한 달 앞두고 공식을 외우려고 하는 분들이 알고 있을까요? CFOP를 사용할 경우 큐브를 맞추는 평균 회전수는 일반적으로 60회전 정도가 나오는데 평균 20초를 위해서는 평균 초당 회전수(이하 TPS)가 3 이상 나와야 하고 15초를 노린다면 4 이상 나와야 합니다. TPS가 이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는다면 절대 평균 20초, 15초를 달성할 수 없죠. 반대로 OLL, PLL을 다 외우지 못해서 평균 회전수가 80회전이 넘게 나오더라도 TPS 5만 찍으면 평균 16초대의 기록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공식을 외우는 것으로 기록 단축이 가능할까요? 단순히 기록 단축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답은 'YES'죠. 단 어느 정도 기간만에 어느 정도 기록이 단축되느냐가 문제인데 한 달 만에 OLL, PLL을 외워서 평균 25초대 큐버가 평균 17초가 될 수 있냐고 물어보면 주저 없이 'NO'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돌리는 속도 자체가 느린데 공식을 외워서 회전수를 줄인다고 해서 기록이 그 정도로 크게 줄어들 수는 없다는 거죠. 연습을 통해 TPS 자체를 높이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수치이며 이마저도 한 달이라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너무 짧습니다.
사실 이 질문을 일반화했을 때 일반적인 답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공식을 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된다는 것 자체는 명백한 진실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공식을 외우는 것이 낫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이라는 조건을 단 것은 그 공식을 사용해야 할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공식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손놀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공식과 스킬을 무작정 집어넣는 것보다는 본인이 큐브를 빠르게 돌리고 있는가부터 파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공식을 더 외우고 평균 20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공식을 더 외우지 않고 평균 19초를 달성하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