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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퍼큐버 Jul 21. 2022

르세라핌 김가람과 관련된 하이브의 대응에 관하여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7월 20일 쏘스뮤직은 공식입장을 통해 김가람의 전속 계약 해지 및 르세라핌 탈퇴를 발표했습니다. 르세라핌의 데뷔 전부터 시작된 논란은 김가람의 탈퇴로 급한 불은 껐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이 좋지만은 않죠. 너무 오래 시간을 끌었고 학교폭력 사실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없었죠.


하이브와 쏘스뮤직에서 주장하는 게 모두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김가람은 피해자인데 억울하게 학폭위 처분을 받았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정말 김가람이 피해자라 하더라도 이때까지 하이브가 보여준 대처는 옳은 대처였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문장이 제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의 핵심입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김가람을 실드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만에 하나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하이브는 잘한 게 없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 김가람이 실제 억울한 피해자일 일말의 가능성까지 따져보는 겁니다. 그 점을 따져봐야 하이브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제대로 드러날 테니까요. 


하이브는 5월 2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데뷔 과정에서 온갖 루머로 공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이에 당사는 김가람과 논의하여 잠시 활동을 중단하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가람이 회복 후 복귀할 때까지 르세라핌은 당분간 5인 멤버 체제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말 김가람이 피해자이고 루머와 사이버불링에 의해 고통받은 마음을 치유하려고 했다면 제대로 된 해명 없이 본인들의 주장만 반복하면서 데뷔 이후 2주가 넘은 시점에서 활동을 중단할 게 아니라 좀 더 일찍 활동을 쉬는 게 옳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이후 나온 입장문들도 김가람의 이미지 회복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죠. 정말 가해 사실이 없다면 억울하게 받은 징계에 대해 왜 가만히 있었냐는 의문과 더불어 하이브의 입장문에 나온 내용이 사실이긴 하냐는 의문도 들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밝혀진 처분의 경중에 대한 의문점 등 해결되지 않은 점만이 무수히 남았습니다.


르세라핌이 데뷔할 때 김가람이 제외되지 않은 걸 보고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쟤는 얼마나 대단한 게 있길래 저런 큰 논란이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데뷔 쇼케이스에 나오는 거냐'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 보니 어떠셨나요. 저는 김가람이 그 정도 매력을 가진 멤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실력만 본다면 한국 걸그룹에 끼지도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논란의 수위를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어떠한 아이돌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데뷔곡에서 분량도 많아서 없으면 무대 자체가 불가능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봤는데 데뷔곡에서 김가람의 분량은 프듀 때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던 김채원, 허윤진은 커녕 사쿠라보다도 적은 수준이었고 춤이나 외모 등에서도 타 멤버에 비해 특출 난 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5인조가 된 이후의 무대 구성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 그리고 데뷔곡 자체도 그런 큰 논란을 묻을 수 있는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곡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무대에 올려서 더 큰 논란을 자초한 건 아닐까요.


저는 갱생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과거에 잘못을 했더라도 그것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았으며 잘못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처벌을 받고 재발방지를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면 저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가람이 정말 가해자인지 가해자라면 반성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부는 하이브는 지속적으로 김가람은 피해자이고 과거의 일부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알 수는 없지만 하이브는 어쩌면 김가람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빼앗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김가람이 데뷔 전 논란이 생겼을 때 본인이 과거에 한 잘못을 바로 인정했다면 김가람이 이 정도로 많은 비난을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최소한 데뷔 후 2주 남짓의 시간 동안 활동하면서 받은 비난은 받지 않아도 되었겠죠. 하지만 하이브는 김가람에게 피해자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멤버들에게도 말을 아끼도록 했고 논란에 대한 해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활동에도 계속해서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동안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는 김가람에게는 더 많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김가람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하이브가 보여준 대응의 적절성을 평가하는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더라도 하이브의 대응은 옳지 못했습니다. 물론 김가람에게 가해 사실이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대응을 잘못한 경우이며 실제로 이쪽으로 여론의 추가 기울어 있긴 하지만 어느 쪽이든 자사 아티스트가 비난을 받는 기간을 쓸데없이 늘려놓은 대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네요.


일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김가람이 아니라 하이브라고요. 김가람의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죠. 잘못이 있든 없든 자사 아티스트와 관련된 논란에 대한 소속사의 대응이 잘못되었다는 걸 강조하는 말일 겁니다. 소속사의 대응은 자사 아티스트의 심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 하이브라는 기획사의 역량과 사고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었습니다.


김가람이 가해자였다면 데뷔조에서 제외했어야 할 겁니다. 가해 사실이 없다면 루머들에 대해 좀 더 확실한 해명을 했어야 할 니다. 하이브는 둘 다 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논란의 불씨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고 이것들이 밝혀지긴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나머지 르세라핌 멤버 5명은 어떤 잘못이 있어서 데뷔한 지 2달이 좀 넘은 시점에서 멤버의 불명예 탈퇴라는 대사건을 경험해야 하나요. 대중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면 회사 규모에 걸맞은 일처리 능력부터 길렀으면 좋겠네요.


르세라핌은 이제 완전한 5인조 걸그룹이 되었고 하이브는 6인조 시절의 흔적을 삭제하는 중입니다. 이 그룹이 앞으로 더 잘 되길... 바라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자신들이 일처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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