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었던 아육대가 이번에 끝끝내 부활했습니다. 아이돌 팬 입장에서 좋냐고요? 다소 미묘하죠.
아육대는 문제점이 많은 프로그램들입니다. 부상 이슈는 개최될 때마다 지속되어 왔고 아이돌들과 관중들에 대한 대우도 비참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돌들이 바닥에 앉아있는 사진이나 영상 많이 보셨을 거고 이달의 소녀 츄가 겪은 건 기사까지 나며 MBC에서 직접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죠. 관중들이 모두 특정 아이돌의 팬일 것임을 생각하면 아이돌 대우도 제대로 해 주지 않으면서 아이돌을 인질로 팬들도 억지로 잡아놓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MBC가 하는 일종의 갑질과도 같습니다. 제가 하이브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MBC 보이콧하면서 아육대 안 나가는 거 하나만큼은 좋은 것 같아요.
이런 문제들이 많은데도 종영되지 않는 이유라고 하면 역시 해외 인기 때문인 게 크겠지만 저는 다른 걸 봅니다. 근래 몇 년 간 추석 특선, 설 특선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 거의 없을 겁니다. 딱히 볼 게 없어요. 그래서 아육대를 트는 거죠. TV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나면 심심하지만 아육대만큼의 관심을 받을 만한 파일럿 프로그램도 없으니까요. 포맷 특성상 출연진 중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크게 상관이 없기도 하죠. 아육대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중대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닐뿐더러 이조차 대체할 프로그램이 없는 겁니다.
저는 아육대의 순기능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TV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나면 심심하니까 아육대를 틀어놓는 시청자들에게 아이돌들이 대규모로 노출된다는 점이죠. 그리고 한 명이라도 아이돌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얘네가 어떤 애들이고 쟤네는 어떤 애들이다 하면서 아이돌을 소개해줄 수도 있고요. 그리고 팬들이 아이돌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각 아이돌 팬덤 간 교류의 장도 되고요. 하지만 이런 순기능들이 잘 작동하려면 아육대를 둘러싼 비판에 대해서 MBC가 대처를 해야 할 텐데 MBC는 아무런 반응도 없죠. 굳이 액션을 보이지 않아도 고정 시청층은 계속 볼 거고 방청 신청하면 달려들 팬들도 많고 명절 특선 프로그램 중 하나로 끼워넣기 좋은 포맷인 만큼 웬만해서는 프로그램이 유지될 테니까요.
저는 아육대의 이상적인 형태를 '출장 십오야 하이브 야유회 편'으로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육대는 참가하지 않는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만이 출연했지만 오히려 아육대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중 상당수가 해결된 상태였죠. 팀별로 부스가 하나씩 제공되었고 충분한 음식이 제공되었으며 부상 이슈가 적은 간단한 게임들만으로 충분한 재미를 뽑아냈습니다. 야유회라는 컨셉 특성상 야외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은 마이너스이지만 실내에서 진행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종목이 이 정도 수준으로 싹 달라져도 보러 오는 팬들은 차고 넘칠 것이고 무엇보다 제작진의 역량만 충분하다면 훨씬 더 큰 재미를 뽑아낼 수도 있겠죠. 아육대의 포맷을 유지한다면 힘든 일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부상 이슈가 적은 종목으로 교체하거나 팀별로 부스 하나씩 세워주고 양질의 먹을 것을 제공하는 정도의 복지만 추가되더라도 아육대의 비판점 상당수가 없어지거나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덤으로 사소한 것 하나 이야기하자면 2022 추석에 추가된 댄스스포츠... 리듬체조로 재미 본 게 잊히지 않아서 이런 걸 계속 만드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거보다 저스트댄스가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 건 저만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