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그 아린 마음에 대하여

by sere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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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돌보던 길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했다며 슬퍼했다

친구는 물끄러미 자신을 보던 그 아이의 마지막 눈빛이

계속 생각난다 했다


처음이란 설레고 강렬하다

첫 만남, 첫 키스

처음임이 명백하기에

그 순간의 떨림은 물론

시간이 지나 그때를 기억해도

아찔했던 감정이 밀려온다


반면 마지막은 아리디 아리다

마지막 그 순간

이게 끝임을 알 수도 있지만

대게는 한참 지나서야

그게 마지막이었구나 하는

애통한 깨달음이 오기 때문이다

아이들 대학 합격 소식에 가장 기뻐했을

셔리를 나보다 더 예뻐했을 아빠


내겐 먹먹한 한이 되고

목메는 그리움이 된 단어


6개월도 못 산다 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2년을 넘게 사셨다


마지막 한 달 빼고

매일 출근해 진료를 하셨으니

생애를 끝까지 빽빽이 묵묵히 채우셨다


사소한 의사의 말에도 힘들어하시는 엄마

멀리 있기도 하고 많이 감성적인 언니

2년여간 아빠의 항암과 입원 치료에

동행하는 보호자는 온전히 나만의 몫이었다


병원에서 종일 기다리다 보면

비릿하고 냉랭한 병원 냄새에

밥은커녕 커피조차 삼켜지지 않았다

목구멍이 막힌 것 같아

인상을 쓰며 힘을 주어 꿀꺽해야

겨우 물 한 모금 넘어갔다

아프지 않은 나도 이럴진대

아빠는 얼마나 힘드실까


치료가 끝나면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려 했다

주로 서울대 병원 근처,

토속촌 진짜 징그럽게 생긴 오골계 삼계탕

몽중헌 딤섬이랑 짜장면

삼청동 수제비

우래옥 냉면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성북동 알렉산더 맨션


요즘이야 우니 파스타가 많지만

2015년 그땐 그리 흔하지 않았는데

알렉산더 맨션에는 5만 원 가까이하는

우니 파스타가 있었다


특이한 캐릭터로 유명하던 사장님이 주문을 받으며

아빠 손등에 반창고를 보고 짐작을 했는지

병원 다녀오셨나 보다

드시고 힘나게 잘 준비할게요

이런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우니 한판이 고스란히 올라간 듯

부드럽고 크리미한 우니 파스타

그 이후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정말 풍성하고 아름다운 맛이었다


아빠는 접시를 닦은 것처럼

파스타를 싹 비우셨고

서비스라며 주신 티라미수에 커피까지

완벽한 식사를 마쳤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아빠와 마지막 식사인 줄


아빠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다 말고

오후 햇살이 깊게 드리워진

그 따뜻한 공간에서

아빠 눈을 마주치며

사랑해 고마워요 존경해요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이슬처럼 금방 사라질 듯

아스라이 반짝이던 아빠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히 밟힌다

그래서 마지막은,

마지막에 대한 기억은

아프고 아리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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