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다음챕터를 준비하며
2012년 한국에 들어와 새집 이사 기념으로
엄마가 주신 선물이다.
어느덧 10년 넘게 잘 자라
나보다 키가 훌쩍 커버린 해피트리 나무
얼마 전부터 갑자기 잎들이 바스락바스락
하나 둘 시들어 가더니
영양제를 넣어 주어도 흙을 갈아 주어도
결국 생명을 다하고 말았다.
서운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먼가 안 좋은 징조인가 싶어 찝찝한 기분도 들었다.
이와 때를 맞추어
아들의 대학 합격 결과가 발표되었다.
누군가는 쉽게 들어가는 학교일 수 있지만
위치부터 전공까지 아이가 원하던 학교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에
붕 떠 있는 상태로 며칠이 지났다
문득 아직 치우지 못한 채
덩그러니 서 있는 바짝 마른 해피트리 나무를 보니
불길함이 아닌 기쁜 징조였나 싶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십 여통씩
SAT 특강, AP 수업, 컨설팅 설명회 같은
온갖 학원들이 보내오던 수백 통의 문자들을 싹 지웠다.
항상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쉴 새 없이 가동하던 레이더망을
그 무언가에 대한 스위치를
단숨에 꺼버린 느낌이랄까
문자들을 다 지우고 나니
해피트리의 죽음은
다름 아닌 내 삶의 많은 단계들 가운데
비교적 묵직한 하나의 단계가 마무리됨을
알려준 신호라는 깨달음이 왔다.
더 잘 보살폈어야 했는데
후회가 남아도
죽은 나무를 살릴 수 없듯
젊고 서슬 퍼런, 한없이 모자란 엄마였음에
회한이 가득해도
20여 년 시간에 마침표를 찍으며
이제 곧 막내도 훌훌 내 곁을 떠난다.
손님처럼 머물다 가는 아이들인 것을
극진한 손님 대접을 하기는커녕
어설픔과 부족함 투성이었는데
감사하고 미안하고 아프다.
어쨌든 삶의 여정 중
꽤 길고 중했던 한 챕터의 막이 내리나 보다.
이제 난 어디에 귀를 쫑긋 세우고
레이더망을 풀가동하며
새로운 장을 써나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