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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Jun 09. 2023

브런치 작가가 되었답니다.

- 이거 해도 되는 거 맞나요?

작년, 사는 게 너무 무료하고 지칠 때 즈음 편성준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전자책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에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으로 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도 이어서 읽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활동을 활발히 하는 분인지라 꾸준히 올라오는 글을 읽으며 '어떻게 쓰면 글이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읽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곤 했다. 일상의 기록을 남겨서 꼭 누군가 읽지 않더라도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읽어봤을 때 생생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무도 안 보는, 어쩌면 정말 소수의 사람만 보는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기록을 남겨보았고 생각보다 글쓰기는  재미있었다. 생각도 정리되고, 하소연도 하고, 좋았던 기억도 떠올리면서 기록을 남기는 즐거움이 생기게 되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은 동영상이나 사진, 짧은 피드가 중심인지라 글을 쓰고 싶었던 내게는 형식이 안 맞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도 써봤지만 무엇보다 각종 이모티콘(엄지 척 같은 거 너무 싫습니다!)이 보기 싫었고, 악플이나 이상한 쪽지(공짜로 치료해 주세요, 네이버 계정 파세요... 등)가 자주 왔었던지라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뭔가 차분한 느낌의 브런치를 알게 되어 조금씩 글을 써두었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다가, 나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글을 쓰는 일에 관심을 갖거나 내 마음에 공감을 해주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 내 일에 대해, 내 생각에 대해 악플을 남기거나 해서 상처받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되었다. (제가 많이 소심합니다. 직업적인 특성상 인터넷에서 '치과의사는 도둑놈, 나쁜 놈'으로 무조건 매도되는 것을 본 경험도 많아서 더 움츠러듭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한 번 신청해 본 건데 어제 오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브런치 작가'라는 말에서 뭔가 된 것 같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악플 때문에 글 안 쓰렵니다'라는 어떤 작가님의 글 생각이 나서 걱정도 많이 된다. 사진도 잘 못 찍고, 편집도 잘 안되는지라 누군가의 시선을 끌만한 글을 내가 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처음의 마음대로 나를 정리하는 글, 생생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뭐... 안되면 군대식 문서 편집과 아저씨 감성의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 되지. 이래 봬도 나 워드병이었어...)  


그리고 매일매일 뭐라도 쓰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역시 오늘도 마무리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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