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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Jun 09. 2023

매일 그만두고 싶습니다.

- 점빵 치과 개원의의 인생극장 -

치과의사 생활 14년째. 

매일매일 지치는 일상과 기운 빠지게 하는 직원들, 환자들 덕에 늘 병원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 한다며 몇 달, 아니면 며칠이라도 쉬었다 하라고 하겠지만 누구에게 미룰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쉬어버리면 당장 월세와 관리비, 직원들 급여는 어찌할 것인가...

 

개원의이면서 자영업자이기에 사직서를 낼 수도 없고 누구에게 일을 미룰 수도 없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늦은 나이에 치과대학에 입학해서 과외로 돈을 벌어가면서 학교를 다니고 시간을 쪼개가면서 공부할 때에는  늘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선배들의 푸념이 그저 배부른 소리로 들렸었고 진상 환자에 대해 토로하는 불만에 오히려 나쁜 의사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그런데... 같은 불만과 같은 생각을 하며 나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아... 이런 글을 쓰려던 게 아닌데... 글만 쓰기 시작하면 자기반성이 되고 있으니...)


초년차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모 대학치과병원에서 일하면서 배우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고 전국 방방 곡곡에서 몰려오는 교수님들의 환자를 보면서 부족한 나의 치료도 참고 받아주는 환자들에게 그저 친절과 고마움으로 가득 차 있는 착한 수련의였다. 오히려 끊임없이 괴롭히는 교수들과 자신을 일을 열심히 미루는 윗년차 수련의들, 철저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동기들 생각에 병원을 그만두고 싶었었다.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며 수련을 마치고 개원가로 뛰어들어 페이닥터를 시작하면서 그런대로 착한 편이었던 나는 돈 밖에 모르는 원장님의 말도 안 되는 진료에 맞서다 남 좋은 일만 가득하고는 장렬하게 잘렸다. 


그때부터였을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가득 찬 병원 생활의 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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