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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Jan 16. 2024

직원. 끝나지 않는 고민.

- 나는 K 위생사와 아름다운 안녕을 할 수 있을까 

  자영업자 누구나 그렇겠지만  대부분의 개원의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직원이다. 나와 잘 맞는 직원을 만나면 일도 수월하게 진행되고 환자와의 관계도 좋아져서 나는 진료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될 정도로 편하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안 맞는 직원을 만나면 직원들 간의 관계, 직원과 환자와의 관계, 직원과 나와의 관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만큼 마음도, 몸도 힘들어진다. 


  우리 병원 식구들은 치위생사로만 구성되어 있고 연차가 높은 편이어서 진료에 대한 이해도 잘하고 있고 숙련도도 높다. 몇 명 안 되지만 대부분이 나와 오랫동안 일한지라 내 마음도 잘 알고 진료 중에 무엇을 해야 할 지도 잘 파악하고 있는 편이다. 게다가 다들 일도 열심히 한다. 떼어놓고 보면 이렇게 착하고 좋은 친구들로만 구성해서 일을 하는 게 얼마만인가 싶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직원에 대한 고민이 참 많다. 


  K위생사는 직원들 중에 나이도 가장 많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많이 겪었다. 처음 면접을 볼 때 사람이 너무 우울해 보여서 '이 사람을 채용해도 되나...'라는 고민을 엄청나게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을 빨리 구해야 했던 시기였고, 연차가 있으니 그런대로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채용했었다. 걱정과는 달리 적응도 잘했고, 자기보다 어린 직원들과 잘 지내려 나름 애를 썼던지라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었다. 때마침 출산휴가를 가게 된 우리 치과 헤드 직원의 자리를 임시로 지키게 되면서 서서히 본인의 자리를 잡는 것 같았다. 중간에 환자와의 트러블이 몇 번 있기는 했지만... 

  하지만 너무 큰 기대였을까, K위생사의 능력 부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의 판단 미스였을까... 얼마 후 헤드 위생사가 출산휴가에서 복귀했고, K위생사는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이때부터 K위생사의 좌충우돌, 우왕좌왕은 시작되었다. 참고로 나는 위임진료를 하지 않고 위생사는 위생사 업무범위 내에서만 일을 하도록 한다. 교과서에 기반한 근거와 이론적인 배경, 임상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만 일을 하기 때문에 진료 중에 특별한 문제가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나와 오랫동안 함께 했던 우리 직원들도 그렇게 배우며 일을 해왔던지라 환자의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었고, 예상되는 문제점에도 잘 대처하고 있었다. 문제는 K위생사였다. 그동안에 근무했던 치과들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K위생사는 높은 연차에 비해 진료실 내에서 위생사의 업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이 진료를 왜 해야 하는지, 환자가 아픈 이유, 치료를 해도 아프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치료가 진행되는 것인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내가 나름대로 환자분들에게 문제점과 원인, 치료 방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는 편이고, 오늘 진료, 다음 진료에 대해 꼭 이야기하는지라 그것만 잘 듣고 반복해서 설명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환자분들은 혼란스럽고, 나는 그것에 대해 지적하고, K위생사는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시스트 중에도 진료 프로토콜을 따라오지 못한다거나, 재료 사용법을 잘 몰라서 실수로 잘못된 재료를 주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다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들도 종종 생기게 되었다. 실수에 대한 나의 지적에 더해, 본인 스스로 위축이 되다 보니 K위생사는 점점 더 입지를 잃어가고 있었다.

  차라리 연차가 낮아서 잘 모르거나,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렇다고 하면 적응기간이어서 그렇다고 이해할 텐데 K위생사는 연차도 높고, 나이도 많고, 입사한 지도 2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어떤 핑계도 대기 어려웠다. 게다가 앞서 쓴 것처럼 지금 있는 다른 친구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점점 더 비교가 되고 있었다. K위생사가 맡은 일을 잘 못하거나 펑크가 나면 결국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메꿔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의 불만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고민 중이다. K위생사를 내보내야 할지, 스스로 변하기를 더 기다려야 할지... 마음은 내보내는 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걱정이 많다. 미우나 고우나 오랫동안 함께 한 직원인데 내보내면 다른 데 가서는 잘할까... 나이도 많고 연차도 높아서 취업도 힘들 텐데... 새로 누군가 들어온다면 과연 저 사람보다 더 나을까... 새로 오는 사람에게도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 텐데 그동안 또 힘들지 않을까... 이젠 새로운 직원을 들이고 내보내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괜찮을지... 아름다운 안녕은 가능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계속 고민만 하고 있는 중이다. 


  결론은 어느 정도 내어놨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을 보면 아직도 좋은 경영자는 못되는가 보다. 그냥 이것저것 고민할 것 없이 다 그만두고 어디든 취직해서 페이닥터나 하면 좋겠다는 것이 요즘 솔직한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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