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누나는 일주일 전에 방학을 해서 아침에 집에 있는데, 자기는 학교를 가야 한다고 초등학생 아들이 이번 주 내내 툴툴거렸습니다. 누나가 방학 끝나고 학교를 가야 할 때, 너는 일주일 더 집에 있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더니 그건 확실히 좋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게 툴툴거리던 아들이 드디어 오늘, 방학을 합니다.
아침에 등굣길에 나서는 아이에게 "한 학기 동안 수고했네, 아들. 드디어 방학이구만."이라고 말했더니 눈도 반달, 입도 반달이 된 듯이 활짝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방학이 되어도 학원에, 방과 후 수업에, 특강수업에 바쁠 텐데도 '방학'이라는 말에 그저 설레고 좋은가 봅니다.
생각해 보면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때 방학은 아무 생각 없이 탱탱 놀다가 개학 직전에 방학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하느라 이름뿐인 방학이었습니다. 대학교 방학 때는 다음 학기 학비를 준비하느라 온통 과외 아르바이트로 가득 차 있었고요. 하지만 그때도 '방학'이라는 말이 주는 여유로움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느긋해졌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길게 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 혹시라도 그렇게 쉬려면 엄청난 용기를 내야 하겠지만 -- 그래도 방학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간의 짧은 휴가가 아닌 한 달 즈음되는 긴 방학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뭔가를 하기보다는 늘어진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걷고 싶습니다. 걷다가 더우면 한적한 카페에 가서 부스러기가 아주 많이 떨어지는 크로와상 하나와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좋아하는 노래나 들으면서 한 시간쯤 멍하니 앉아있다 들어오고 싶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학교든, 학원이든 보내놓고요. 하하.
환자가 별로 안오는, 정말 더운 여름날입니다. 방학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