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집안을 정리하고 청소를 마친 뒤, 분리수거할 것들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내려가던 중, 9층에서 한 이웃이 함께 탔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에 포착된 건 모기 한 마리.
작고 빠른 그놈은 윙~ 날아다니며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 것 같은 기세였다.
손에 들고 있던 납작하게 접은 택배 박스를 본능처럼 휘둘렀다.
“퍽!”
한 방에 끝날 줄 알았는데, 이 녀석 만만치 않다.
재빨리 피하더니 다시 엘리베이터 벽 쪽으로 날아간다.
다시 한 번, 또 한 번!
세 번의 헛스윙.
어색한 침묵 속에서 함께 탄 이웃분도 모기를 눈으로 쫓더니
어느새 손바닥을 펴 들고 “여기 있네~” 하며 슬쩍 가세했다.
그러나 모기는 잡히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한 번, 박스를 휘둘렀더니 모기가 사라졌다.
죽은 걸까? 도망친 걸까?
모기 사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이웃이 말했다.
“참~ 생명력이 끈질기네요.”
헛웃음이 났다. 낯선 이웃과의 첫 대화가 모기 한 마리 덕분이었다.
이사 온 지도 벌써 3년째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에 살던 곳은 복도식 아파트였다.
이웃집과는 이웃하는 구조.
오래된 아파트라 입주민 대부분은 20년 이상 살아온 분들이었고,
새로운 세대가 이사 오면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함이 시작된다.
그리고 “몇 호로 이사 오셨죠?” “가족은 몇 명이에요?” “아들, 딸인가봐요? 애들은 몇 살이예요?” 등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엘리베이터는 언제나 일종의 ‘간이 인터뷰 장소’였다.
몇 층인지, 직업은 뭔지, 아이는 몇 살인지… 어쩌다 자주 마주치게 되면,
인사에 안부까지 곁들여야 할 만큼 가까운 ‘이웃’이 되곤 했다.
게다가 복도에서 나는 발소리나 대화, 몇 시에 출퇴근하는지,
부엌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 냄새까지
생활의 모든 것이 공유되었다.
지금 사는 곳은 다르다.
한 층에 두 세대뿐인 구조라 복도에서 누군가와 마주치는 일조차 드물다.
이사 온 후, 인사 정도는 나눴지만 이름도, 가족 구성도 모르는 이웃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누는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가 전부다.
이런 거리감은 나눔의 단절로 이어진다.
예전처럼 반찬을 나눠주거나 아이 간식거리를 오가며 챙기던 일도 이젠 없다.
아이들도 다 커서, 같은 또래 부모들과의 공감대도 더 이상 없다.
아이 덕분에 맺어지던 이웃 인연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끊어져 버렸다.
모기 한 마리를 두고 함께 애쓰며 낯선 이웃과 마주 웃었다.
별일 아닌 장면이었지만, 어쩌면 이 단절된 공간 안에서 생긴 소소한 연결이 아니었을까.
앞으로도 이곳에서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하고,
내릴 땐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나누며 그렇게 살게 될 것 같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아주 조금은—우연히 웃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