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숱의 아이러니

- 내가 바라보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

by 작은 발자국

사람을 처음 만나면 내 눈길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다름 아닌 ‘머리숱’이다.

그만큼 머리숱은 사람의 인상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 생각한다.


“아이고, 머리숱이 참 많네~”


60~70대 이후 어르신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그들은 나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칭찬을 건넨다.

그럴 때면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머리숱이 많은 것은 나에게 늘 ‘장점’이기보단 ‘불편함’으로 느껴졌다.


얼마 전,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에서

한 번 마주친 적 있던 아파트 주민이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머리숱이 참 많으시네요. 부러워요. 저는 머리가 계속 빠져서 걱정이에요.”

그 말에 또 한 번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속으로는 생각이 많아졌다.


이전 동네에서도 어르신들이 내 머리를 만지며,

“어쩜 머리숱이 이렇게 많노~” 하시던 기억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치 ‘머리숱 많은 사람’이라는 특이점으로 기억되는 듯해

기분이 묘해지곤 했다.


사실 나는 반곱슬이다.

찰랑거리는 생머리와는 거리가 멀다.

머리를 펴본 적도 있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래서 ‘차라리 그냥 자연스럽게 살자’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비 오는 날, 습도가 높은 날엔 특히 머리가 부풀어 올라

거울 속 내 모습이 더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결혼 후 육아에 치이며 미용실에 갈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늘 하던 스타일은 질끈 묶고 뱅글뱅글 틀어 올린 ‘똥머리’.

특히 여름에는 이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야, 머리 좀 풀고 다녀봐. 스타일 좀 바꿔.”

그 이후로 짧은 머리는 곱슬이라 손질이 더 귀찮기 때문에,

그나마 관리가 수월한 긴 파마머리를 고수하게 되었다.

그 역시도 여름이면 그냥 질끈 묶어버린다. 더워서~


아이러니하게도, 나이가 들어가니

내 머리숱이 점점 ‘장점’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탈모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일부이고, 많은 이들이 그 변화를 고민한다.


남편 역시 한탄하듯 말한다.

“나, 머리숱이 너무 줄었어… 이마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

그는 탈모 샴푸도 쓰고, 비오틴 영양제도 챙겨 먹으며

점점 빠지는 머리카락을 붙잡으려 애쓴다.

그러면서 내 머리를 바라보며,

“부럽다~ 진짜 머리숱 많은 건 복이야.”라고 말한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머리숱이

누군가에겐 간절히 바라는 것이 된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단점이라고 여긴 것은, 사실 스스로 만든 ‘생각의 틀’ 속에 갇힌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감추고 싶었던 모든 것은,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


곱슬머리, 많은 머리숱.

예전에는 거울 앞에서 한숨을 쉬며 손질하던 그것들이

이제는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었다.


모든 것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같은 것을 보고도 관점이 다르면 의미가 바뀐다.

이제는 조금 더 너그럽게, 지금의 나를 바라보려 한다.

내가 가진 것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부족한 것이 아닌,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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