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과의 화해
요즘 아들과 자주 부딪힌다.
특히 저녁 메뉴를 두고 다투는 일이 잦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들은 어김없이 물었다.
“오늘 저녁 뭐야?”
그리고 이어지는 말,
“마트 들러서 치킨 사 가야겠다.”
나는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마트 가기 싫은데... 집에 있는 거 먹으면 안 돼?”
그 순간, 아들의 표정이 굳었다.
우리는 택시를 타기 위해 도로변에 서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갑자기 말했다.
“나 버스타고 갈게.”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휙, 버스를 타고 가버렸다.
잠시 후, 도착한 카톡 메시지.
“치킨 값 보내줘.”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아무 말 없이 사라져버린 아들의 뒷모습,
그리고 돈만 요구하는 듯 한 메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날 저녁 식탁은 말 그대로 ‘폭풍 전야’였다.
남편에게 아들이 버스타고 떠나 버린 직후
전화로 쏟아내듯 상황을 설명하며 더 화가 났다.
남편은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건지, 나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식탁에 앉은 아들은 치킨을 먹고 있었다.
남편은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냉기를 느끼고 중재에 나섰다.
“음... 두 사람이 잘 얘기해봐.”
하지만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식탁 위에는 젓가락 소리만 울렸다.
나 역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가께요~”라는 말도 없이 아들은 조용히 집을 나섰다.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엄마인 내가 먼저 이해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어, 학교에 가 있는 아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차피 한참 뒤에나 볼 텐데, 그래도 남겨야 할 말 같아서.
“○○야, 어제는 내가 감정이 좀 과했나 봐.
택시 타려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가버리니까 화가 많이 났어.
네가 내가 왜 화났는지 이해 못하겠다고 하니까 더 답답하더라.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서 그랬어.
자꾸 이렇게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게 나도 싫어.
어제는 내가 과했으니까 사과할게. 미안해.”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아들의 답장.
“나도 좀 과했던 것 같아.
사실 엄마가 마트 가기 싫다 그래서,
혼자 갔다 오는 게 엄마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엄마가 그렇게 느낄 줄은 몰랐어.
요즘 나도 불만이 쌓였던 것 같아.
그래서 막말한 것 같아. 미안해.”
아들의 말을 읽으며, 나도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내 마음을 조금 더 담아 보냈다.
“서로 불만이 많았던 것 같네.
불만은 그때그때 얘기하자.
내 얘기도 좀 들어주면 좋겠어.
너랑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네가 말을 잘 안 하니까 자꾸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
지금 사춘기인 거 알아. 너도 힘들지?
엄마도 더 노력해 볼게.”
“나도 노력할게. 싸우지 말자.”
“그래.”
짧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대화였다.
서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거다.
아들도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말해준 걸 보면.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좁게만 봤던 것 같다.
어른답지 못했다.
사춘기라는 걸 알면서도,
아들의 무뚝뚝하고 감정 없는 말투에 자꾸 마음이 다친다.
“몰라.”
대부분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우리는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들도 말한다.
자기도 많이 참고 있었단다.
사실, 나도 그랬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참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마음을 더 멀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감정을 쌓아두지 말고,
말로 꺼내보자고 다짐했다.
노력해보자.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