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춘기 아들과 엄마의 먹거리 밀당
“엄마~ 저녁 뭐야? 웟더디?”
처음 들었을 땐 피식 웃음이 났다. 중학생 아들이 영어를 배우고 나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물어보는 저녁 메뉴. 그런데 이 말이 어느 순간부터 나에겐 스트레스의 시작이 됐다. 주말이나 방학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빈도는 점점 늘어난다.
“아침 뭐야?”
“점심은 뭐야?”
그리고 이어지는, “저녁 뭐야, 웟더디?”
하루에 세 번 같은 질문을 들으며, 나는 세 끼 식사의 압박 속에 갇힌다. 사실 내가 요리를 척척 잘한다면 모를까, 음식 솜씨도 평범한 편이고, 더군다나 아들은 일반 반찬엔 젓가락도 들지 않는다. 내가 뭘 해도 본인이 원하는 메뉴가 아니면, 돌아오는 말은 똑같다.
“난 뭐 먹어?”
그러면 나는 버릇처럼 말한다.
“뭘 먹긴, 이거 먹어야지~”
하지만 소용없다. 입은 뾰로통, 눈빛은 불만 가득. 냉장고 문을 벌컥 열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게 있는지 스캔하기 시작한다.
아들은 닭요리를 좋아한다. 그것도 구운 닭, 볶은 닭, 튀긴 닭… 양념 있고 기름기 있는 닭이어야 한다. 닭백숙 같은 건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그래서 장을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들의 입맛이다. 다른 가족의 취향은 우선순위 밖이다.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나는 결국 냉동식품을 선택했다. 치킨너겟, 닭강정, 닭갈비 밀키트. 직접 요리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가 좋아할 확률이 높은 메뉴들이다. 물론 엄마가 직접 음식을 해주지 않고 냉동식품으로 대충 때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있다. 마음 한켠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매번 먹는 걸로 싸우고 서로 마음 상하느니, 차라리 이게 낫다.
물론 양도 중요하다.
치킨을 내놨는데 양이 적다?
그럼 돌아오는 말은 늘 똑같다.
“이거 너무 적은데?”
그러면 우리 부부는 말한다.
“니 혼자 다 먹어, 우린 안 먹어도 돼.”
먹는 걸로 기분이 좌우되는 이 사춘기 아들과의 일상. 잘 먹이기만 하면 금세 기분이 풀리는 걸 보면, 지금 그 아이의 방황은 전부 ‘입맛’에 몰려 있는 듯하다. 도대체 이 먹거리 전쟁은 언제 끝이 날까.
사실 이 아이의 ‘식’에 대한 독특한 취향은 아주 오래 전부터였다.
이유식을 시작하려 했을 때, 아들은 단 한 입도 먹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1년 넘게 모유수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식을 먹지 않으니 젖도 쉽게 끊을 수 없었다. 온갖 종류의 이유식을 만들어봤지만, 그 아이는 코웃음도 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치즈, 우유, 부드러운 빵, 고기, 과일 등으로 대신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38개월이 되던 해,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아이들이랑 어울리면 먹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식판만 등장하면 등을 돌렸다는 선생님의 말에 또 좌절했다.
어느 날은 담임 선생님이 직접 도전해보겠다고 하셨다. 미혼이었던 선생님은 마음 약한 우리들보다 훨씬 단단하셨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밥 한 숟갈만 먹여달라며 부탁드렸고, 선생님은 강하게 밀어붙이셨다. 억지로라도 입에 밥을 넣고 씹게 하셨단다.
그때부터였다.
우리 아들이 ‘흰 쌀밥’만 먹기 시작한 건. 반찬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김에 하얀 밥”이라는 말을 꺼내며 흰밥에 김 싸 먹는 걸 좋아하게 됐다.
이유식 시절, 다양한 맛을 경험하지 못한 탓인지 지금까지도 아들은 편식이 심하다. 하지만 다행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아주 튼튼하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요즘도 여전히 나는 고민한다.
‘오늘 저녁, 또 뭘 먹여야 하지?’
‘이건 마음에 들어 할까?’
‘또 뾰로통할까?’
언제쯤 내가 준비한 밥상을 그대로 받아들여줄까. 사실 그런 날은 안 올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입맛은 더 단단히 고정되니까.
그럼에도 나는 매번 고민하며 다시 주방에 선다.
사춘기 아들의 까다로운 입맛과, 엄마로서의 내 마음 사이를 오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