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하다 죄인이 된 엄마
한 달여간의 여름방학이 끝났다.
그동안 꽉 닫혀 있던 아들의 방문을 오늘에서야 활짝 열 수 있었다.
우리 집에 하숙하는 학생처럼, 아들은 집에 있으면 물이나 밥 먹을 때만 방을 나선다.
청소라도 하고 싶지만, 방 안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며 의자에 앉아있거나 누워 있어서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잔소리조차 하고 싶지 않다.
결국 청소기는 휙휙 대충 돌리고, 책상이며 바닥에 널브러진 과자 봉지나 음료수 캔만 챙겨 나온다.
그렇게 4주간 쌓인 먼지가 내 마음을 짓눌렀다.
“오늘은 무조건 해치워야 해!”
아들이 등교하자마자 문이란 문은 다 열어젖혔다.
침대 시트를 벗기고, 이불은 세탁기로 직행.
책상 위와 창틀, 선풍기 사이사이에 가득 낀 먼지 뭉치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옷장도 정리했다.
작아서 못 입는 옷, 올해 한 번도 안 입은 옷은 과감히 버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방학 내내 쌓인 먼지와 ‘사춘기 아들의 호르몬 냄새’를 몰아내자, 방은 한결 개운해졌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3일 뒤, 아들이 다급하게 물었다.
“엄마, 내 빨간 유니폼 못 봤어?”
“며칠 전까지 입었는데 없어.”
“서랍에 없니?”
“없어.”
“그럼 세탁하려고 내놨겠지.”
순간, 머릿속에 스친 장면 하나.
침대 위에 있던 빨간 유니폼, 옷장을 헤집으며 끄집어내던 순간…
혹시?
“아뿔싸. 설마 버렸나?”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음… 며칠 전 방 정리하면서 못 입는 옷들 버렸는데, 그 속에 있었을지도 몰라.”
“그거 풋살 유니폼이야. 대회 때 입어야 하는데…”
아들의 인상은 완전히 굳어있었다.
갑자기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하나만 살 수 없을까?”
“몰라.”
다급하게 인터넷을 뒤졌지만, 단체티라서 10벌 이상 주문해야 했다.
그제야 아들이 낮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대회 안 나가지 뭐.”
그 말에 나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아들의 얼굴엔 화와 실망이 뒤섞여 있었다.
‘이거 못 찾으면, 아들은 나를 두고두고 원망하겠구나…’
다급하게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헌 옷 수거함 열쇠는 없지만, 업체 연락처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실수로 버리면 안 될 옷을 넣었어요. 혹시 찾을 수 있을까요?”
“이번 주말에 수거하러 갑니다. 그때 열어드릴게요.”
드디어 일요일 아침, 수거함 문이 열리고 옷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빨간 티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이거 맞지?”
아들은 굳어있던 무표정한 얼굴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엄마, 이제 버릴 땐 꼭 물어보고 버려.”
“알았어. 이번엔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만약 그 빨간 유니폼을 못 찾았다면, 아들은 굳은 얼굴을 펴지 않고 나와의 대화마저 더 줄였을 것이다.
그 유니폼을 찾기 전 3일은 그 이전보다 더 무거운 분위기의 최소한의 몇 마디뿐이었다.
다행히도 유니폼은 되찾았고, 우리 모자의 작은 전쟁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아들이 마지막에 말했다.
“만약 못 찾았으면, 난 진짜 화 안 풀렸을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느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엄마~ 내 회색티 없어. 또 버린 거 아니지?"
"아니야~~~"
"아~ 여기 있네. 헤헤~"
휴~ 이제 옷이 없어질 때마다 나를 닦달하겠구나... 어쨌든 이제는 무조건 물어보고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