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중독

by 작은 발자국


나는 여름이면 얼음을 달고 산다.

냉동실의 얼음 트레이는 늘 꽉 차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얼음이 만들어지는 족족 보관통으로 옮겨 담고, 수시로 문을 열어 야금야금 꺼내 먹는다.


얼음 두세 조각을 입에 털어 넣으면, 입속에서 얼음이 부딪히며 내는 딱딱한 소리가 먼저 귀를 자극한다.

차갑게 닿는 순간 혀가 얼얼해지고, 이가 시릴 만큼 시원한 감각이 온몸을 깨운다.

조각이 작아지면 아작하고 깨물어버리는데, 그 순간 얼음이 산산이 부서지며 입안 가득 흩어지는 차가움은 마치 작은 폭죽이 터지는 듯하다.


얼음을 씹는 순간은 단순히 맛이 아닌 감각의 향연이다.

혀끝은 얼음의 매끈하고 단단한 표면을 따라가다가, 차가움이 스며드는 순간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한다.

치아는 얼음을 눌러 부서뜨리면서 ‘딱, 아삭, 사각’ 소리를 만들어내고, 그 소리는 내 귓속에서 더 크게 울린다.

마치 입안에서 작은 콘서트가 열리는 듯, 얼음이 쪼개지고 흩어지는 소리는 청각적 쾌감으로 이어진다.

이가 닿을 때마다 번지는 얼얼한 차가움은 순간적으로 나를 멈추게 하면서도, 동시에 다시 얼음을 찾게 만드는 중독 같은 매력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얼음을 좋아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건, 얼음을 씹을 때마다 묘한 해방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얼음은 달지도 짜지도 않지만, 사탕보다 중독적이고 과자보다 쾌감이 크다.

그저 물이 얼어 있는 단순한 형태일 뿐인데도, 입 안에서는 다채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


그래서일까.

입이 심심할 때, 간식이 당길 때, 심지어 졸음이 쏟아질 때도 나는 얼음을 찾는다.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 제발 얼음 좀 빼고 말해~”

“너는 왜 그렇게 얼음을 먹어? 중독 아니야?”




그럴지도 모른다.

사실 ‘얼음을 계속 씹어 먹는 습관’을 가리켜 빙식증(pagophagia)이라고 부른다.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때때로 철분 부족이나 빈혈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의사들은 얼음을 과하게 찾는 환자를 보면 혈액 검사를 권하기도 한다.

나 역시 문득 그런 정보를 접하고 나니, 얼음을 단순히 좋아하는 취향이라기보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말은 사실이었다. 혈액검사 결과 나는 빈혈이 있었다.

단순히 얼음을 좋아해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이, 알고 보니 철분 부족 때문이었던 것이다.

철분제를 먹으면서 얼음을 찾는 횟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나는 얼음을 좋아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단순히 몸의 신호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나는 더 자주 얼음을 찾았다.

얼음 조각을 깨물며 들려오는 아삭한 소리,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되는 그 감각이 나를 진정시키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차갑고 단단한 그 조각이, 나에게는 작은 ‘해방의 버튼’이었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얼음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쩌면 두 가지가 섞여 있는지도 모른다.

몸이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무의식적인 신호이면서, 동시에 마음이 편안함을 얻기 위해 찾는 작은 습관.

철분 때문이든, 스트레스 때문이든, 얼음은 여전히 나를 시원하게 해 준다.


이유가 무엇이든, 얼음은 여름을 건너는 나의 방식이자 작은 위로다.

얼음 조각을 깨물 때마다 느껴지는 시원함은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하고, 차갑게 번지는 감각은 일상의 무게를 녹여준다.


누군가에겐 아무 의미 없는 얼음 한 조각.

하지만 내겐 그것이 여름을 살아내는 또 하나의 방식이자, 작은 행복의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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