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 속에서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다
그날은 별일 아닌 일로 시작됐다.
우리는 외출 중이었고, 아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어딘가 아프다는 시늉을 했다.
“왜 그래?”
“머리가 너무 아파.”
“고기도 많이 먹는데, 머리는 왜 아파?”
“머리가 아픈 거랑 고기랑 무슨 상관이야?”
맞다.
두통과 고기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그동안 아들의 식습관에 쌓인 불만이 순간 터져버린 것이다.
내 말에 아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짧은 말 몇 마디가 서로의 감정을 자극했고,
결국 대화는 언쟁으로 번졌다.
나는 화가 났고,
아들은 발로 바닥을 탕탕 치며 화가 난 마음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깨달았다.
언쟁 속에서는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사실 나는 아들의 머리 아픔을 걱정하는 것이 먼저였어야 했다.
하지만 또다시, 비꼬듯 말해버렸다.
얼마 후,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미안해, 엄마. 내가 좀 예민했어.
진짜 머리가 아팠는데,
엄마가 내가 머리가 안 아픈 것처럼 웃고,
고기 먹는데 왜 아프냐고 비웃는 것처럼 말해서
조금 예민하게 반응했어. 미안해.”
잠시 휴대폰을 들고 멈춰 섰다.
아들의 메시지 속 진심이 느껴졌지만,
내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나는 짧게 답을 보냈다.
“그래, 나도 조심할게. 비웃은 건 아니었어.”
그리고 대화는 거기서 멈췄다.
그날 저녁, 아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나 좀 섭섭했어.”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이는 먼저 사과할 용기를 냈는데,
나는 그 용기에 따뜻하게 응답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 순간, 마음이 조용히 아려왔다.
나는 늘 “어른이니까”, “부모니까”라고 말했지만
정작 감정을 다스리는 일에는 여전히 미숙했다.
아들의 ‘미안해’보다
내가 먼저 반성해야 했던 날.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의 사과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를
다시 배우고 있다.
아들이 먼저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늦게 어른이 되었다.
그 이후, 나는 아들의 마음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있다.
사춘기와 함께 성장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사춘기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함께 성장하게 한다.
침묵과 사과 속에서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우고,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방법을 익히며,
조금씩 더 나은 부모,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