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동안, 나를 다시 만나다

by 작은 발자국

아파트 근처 하천길을 한 바퀴 걷기로 했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상쾌했고, 서늘한 바람이 내 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길가에 자라난 나무와 풀들이 싱그러운 내음을 풍긴다.

이슬을 머금은 초록빛 잎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머릿속이 환하게 맑아졌다.


얼마만일까.

더운 여름 탓에,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합리화하며 걷지 않았던 날들.

운동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몸을 가만히 두었던 시간들.

지금, 나는 다시 걷고 있다.



조용한 하천길엔 나처럼 혼자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누군가는 달리고 있었다.

나는 그저 묵묵히, 천천히 걷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둔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나는 내 안으로 들어간다.

가사 한 줄, 멜로디 하나에도 마음이 출렁인다.

요즘은 이렇게 혼자,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세계 속을 거니는 시간이 좋다.

이 작은 순간에도 행복이 느껴진다.

그런데 왜 그동안 이런 사소한 행복조차 놓치고 살았을까.



걷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점점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어떤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해?”

“무엇을 가장 해보고 싶어?”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나는 늘 잠시 머뭇거린다.

바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오랫동안

‘나’보다 ‘상황’과 ‘타인’에 맞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고,

가족과 사회, 관계의 틀 안에서

나 자신을 조금씩 지워가며 살아온 시간들.


어느새 나는 중심이 아니라,

주변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나답게 살고 싶다.

누가 물으면 솔직히 말하고 싶다.


“난 이게 좋아요.

그건 싫어요.

이런 방식이 나랑 맞아요.”


나와 결이 맞는 사람과 함께하고,

굳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나를 편하게 하는 사람과의 시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제는,

‘나답게 산다’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오늘의 산책은 그냥 걷기가 아니었다.

나를 다시 만나는 길이었다.


나답게 산다는 건,

나를 다시 기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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