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by 작은 발자국

길을 걷다 보면 가끔 마주치는 모습이 있다.

노인용 유모차를 천천히 밀고 가는 할머니의 뒷모습.

그런데 그 모습이 언제나 조금 아슬아슬하다.

왜일까.


오늘도 한 분의 할머니를 마주쳤다.

그분은 인도가 아닌 도로 위, 그것도 역주행 방향으로 유모차를 밀며 걸어가고 계셨다.

마주 오던 차들은 속도를 줄이며, 조심스레 할머니를 피해 지나갔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혹시라도 달려오는 차에 부딪히지는 않을까...

뭐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발걸음을 멈출 뿐 말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안다.

할머니들이 왜 도로 위를 걷는지.


인도 위의 보도블록은 울퉁불퉁하고,

유모차를 끌면 손에 전해지는 진동이 제법 세다.

하지만 도로는 매끄럽다.

유모차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고, 밀기에도 수월하다.

그러니 할머니들이 도로를 택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나의 할머니도 그러셨다.

인도를 두고 도로 한쪽을 유유히 걸으시며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차야, 비켜가라. 난 내 갈 길 가련다.’

‘나는 괜찮아. 편한 길로 가면 되지. 차가 알아서 비켜가겠지.’


그때 나는 너무 놀라 달려가 말씀드렸다.

도로는 위험하다고, 차와 부딪히면 큰일 난다고.

하지만 내 말은 닿지 않았다.


할머니의 표정에는 두려움보다는 묘한 평온함이 있었다.

살만큼 사셔서 두렵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내가 편하면 됐다’는 단순한 마음이었을까.


처음엔 우리 할머니만의 고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거리를 다니다 보면 그런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그건 고집이 아니라 ‘살아온 방식’이구나.

몸이 편한 길, 익숙한 감각으로 걷는 길.

그게 바로 그분들에게는 삶의 속도이자 자유의 방식인 것이다.


다행히 운전자들도 그런 모습을 보면 빵빵거리기보다는

속도를 줄이고, 조용히 옆으로 비켜간다.

그 작은 배려 속에서 나는 안도와 따뜻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오늘도 마음 한편으로 이렇게 말해본다.


할머니, 도로는 너무 위험해요.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인도를 걸으세요.”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도 생각한다.

그 길이 그분에게는 ‘덜 아픈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위험한 길이,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길일 수 있다.

서로의 길 위에서

조심스럽게 비켜가며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그 도로 위의 할머니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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