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들
인생의 고비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무너지는 순간에도 삶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희미하지만 단단한 위로처럼.
5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아버지.
그 옆에서 평생 함께 일하던 엄마는 몇 년 전부터 허리 통증이 심해져 더는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평생 해온 일을 단번에 내려놓지 못하셨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만류에도 “조금만 더 해보자”며 고집을 부리셨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셨다.
검사 결과는 골절 의심.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결국 농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셨다.
수확을 앞둔 농작물은 다행히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 금세 정리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셨다.
결과는 허리뼈 골절.
그토록 병원을 거부하시던 아버지를 이번엔 강제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
2주간의 입원 치료 후 퇴원하셨지만, 진통제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상태였다.
1주일 뒤 CT 재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고,
의사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가장 빠른 날짜가 2주 후였다.
그 사이 우리는 소견서와 건강 상태를 여러 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처음 소견서를 써준 담당 의사로부터 들은 말—
“암으로 인한 전이성 골절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한 문장이 머릿속을 멍하게 만들었다.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 말이 전해준 무게는 너무나 컸다.
엄마는 이미 어렴풋이 느끼고 계셨던 듯하다.
오히려 “괜찮다”며 우리 남매를 다독이셨다.
그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더 아려왔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일이 생겼다.
부모님이 사는 집 아래층 사람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자주 항의하던 사람이었다.
오래된 아파트라 소리가 울릴 수밖에 없는데, 그 사람의 반응은 늘 과했다.
이번엔 “천장에서 페인트가루가 떨어져 정신적 피해가 크다”며 또 찾아와 소리를 질렀다.
마침 동생이 와 있어서 다행이었지,
엄마 혼자 계셨다면 얼마나 무서우셨을까 싶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일하다 손을 다쳤다.
짧은 기간 동안 밀려온 일들에 마음이 무너졌다.
애써 담담하려 하지만, 속에서는 파도가 일렁인다.
잔잔한 호수에 누군가 커다란 돌을 계속 던지는 기분이다.
고생만 하시며 살아오신 부모님께
이제야 좀 쉬실 날이 오려나 했는데,
이런 시련이 닥치니 마음이 흔들린다.
정말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실감 난다.
하지만 그래도 믿고 싶다.
안 좋은 일 뒤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따라온다고.
이렇게 힘든 일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면,
아마 그만큼 큰 좋은 일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은 그저
하나씩, 차근차근 이 시간을 버텨내야겠다.
그리고 그 끝에서,
언젠가 아침 햇살처럼 따스한 하루가
다시 우리에게 찾아오기를 믿는다.
지금은 그 믿음 하나로, 오늘을 견뎌본다.
오늘의 고비가 내일의 빛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