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아들은 친구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한다며 들뜬 얼굴로 나갔다.
남편과 나는 모처럼 저녁 시간에 TV를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때 걸려온 전화.
“엄마…”
아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PC방에서 지갑을 잃어버려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게임을 마치고 나온 지 2~3분 뒤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왔던 길을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PC방 선반 위에 올려놨던 기억이 나 다시 돌아가 보니
이미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했다.
양해를 구하고 좌석을 살펴봤지만 지갑은 없었다.
분실물도 접수되지 않았고, 알바생은 CCTV를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아들은 분명히 PC방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확신했다.
게다가 평소 들고 다니지 않던 현금 십여 만 원이 들어 있었다.
용돈과 불로소득을 모아둔 돈 일부를,
그날 친구들과 놀려고 챙겨 나간 것이었다.
112에 신고하자 경찰이 출동했다.
PC방 주인이 와야 CCTV 확인이 가능하다며
밤 10시가 지나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전화를 끊은 아들의 목소리는 불안으로 떨리고 있었다.
나는 일단 괜찮냐고 묻고, 너무 자책하지 말라며 달랬다.
아들은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 그대로 친구 집으로 갔고,
우리는 경찰의 연락을 기다렸다.
잠시 후 담당 경찰관의 전화가 왔다.
사건 접수를 하고, CCTV를 확인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누군가 가져가는 장면이 명확하지 않으면 찾기 어렵습니다.”
그 말에 우리는 이미 결과를 짐작했다.
밤 11시가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혹시 누군가를 확인했나 싶어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경찰관들이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기다리기로 했다.
잠자리에 들려던 순간,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CCTV로 확인한 결과, 누군가가 지갑을 가져가는 장면은 명확히 보이지 않습니다.”
아들이 말했듯 CCTV가 한쪽 방향만 찍히는 구조였다고 한다.
결국 지갑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결과를 받아들이며 담당 경찰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중학생인 아들에게 십몇 만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용돈을 아껴 모은, 자기만의 ‘작은 성취’였을 테니까.
그 돈을 잃은 상실감은 컸지만, 아들은 이번 일을 통해 큰 경험을 했다.
“자꾸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게 돼.”
아들의 말에서 조심성과 책임감이 자라나는 걸 느꼈다.
남편은 계속 “괜찮지? 정말 괜찮아?”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아빠, 이제 그만 걱정해. 나 괜찮아”
우리를 먼저 안심시키는 아들의 모습에
어느새 그 안에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자라고 있음을 느꼈다.
울고 화낼 줄 알았던 아이가,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걸 보며
나는 안도했다.
그래, 이번 일로 아들은 분명 조금 더 단단해졌다.
지갑은 잃었지만, 마음의 성장은 손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