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
마음 한켠이 계속 불안에 잠겨 있어서인지, 글들이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병환 이후,
우리 가족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장녀인 나와 장남인 동생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책임감을 느끼며 버티는 중이다.
예전에는 안부 전화 한 통도 자주 하지 않던 남매였는데, 요즘은 누구보다 자주 통화한다.
근심을 함께 나누다 보니, 그동안 우리가 서로 멀게 느껴졌던 이유는 마음이 아니라
단지 서로를 찾는 일이 서툴렀기 때문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큰일을 겪어보면 누가 정말 내 사람인지 알게 된다는 말이
요즘따라 더 깊게 와닿는다.
가장 힘든 사람은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는 엄마다.
딸이면서도 엄마에게 툴툴거리기만 했던 지난날이 떠오르면 마음이 아프다.
내 감정만 앞세워 철없게 굴었던 순간들이 떠올라
스스로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요즘은 문득문득 두려움이 스민다.
늘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줄 것 같던 부모님이
어느새 나이가 들고, 언젠가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진다.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가족들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는 듯하다.
한동안 밥맛도 없었고, 수저를 들어도 몇 숟갈 먹다 내려놓기 일쑤였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쉽게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하고 냉정해졌다.
지금의 일을 차근히 해결하려면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부모님 곁의 내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마음이 나를 버티게 했다.
하지만 눌러 담아두었던 감정은 때때로 작은 틈을 찾아 새어 나왔다.
어떤 말 한마디가 떠오르면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르곤 했다.
아들이 “엄마는 좀 많이 먹어야 해”라고 조심스레 말하던 순간,
그 한마디가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작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과 사랑이 나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참 감사한 것은
이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가족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과하게 다가오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그러나 따뜻하게 나를 지켜주는 존재들.
그들의 온기가 있기에 하루하루를 조금씩 버틸 수 있다.
“힘든 일 있을 때는 결국 가족밖에 없다.”
엄마가 늘 하던 그 말이
요즘따라 유난히 진하게 마음에 남는다.
그 문장이 지금의 나를 조용히 붙드는 불빛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