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보고 싶었어"
"고마워"
짧고 간단한 말들인데,
입 밖으로 꺼내는 데는 유독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애정 표현이 어려운 사람이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어색하고, 말이 툭 막힌다.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 지,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도,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은 크다.
보고 싶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미안하고...
그 감정들이 복잡하게 가슴속에서 뒤엉킨다.
하지만 말로 꺼내기까지는 너무나 먼 거리다.
그리고 말로 꺼내다보면 무뚝뚝, 퉁명스러운 말투가 묻어나버린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감정보다는 조심성을 먼저 배웠다.
기분이 상해도 참는 법,
속상해도 표정 관리하는 법,
울고 싶어도 조용히 눈물 삼키는 법.
날 것의 감정들을 드러내기보다 감추고 삼키고,
‘네가 더 참아라.’
‘괜히 티 내지 마라.’
‘그 정도는 너그럽게 넘겨야지.’
이런 말들이 일상이던 어린 시절,
나는 점점 감정을 말이 아닌 침묵으로 처리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나의 감정에 대해서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래서 누군가 다정한 말을 건네면
기쁘기보다는 민망하고,
상대가 기대면 부담감이 가득하다.
내가 무뚝뚝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늘 마음속으로 조용히 변명하고 있다.
‘사실은, 나도 따뜻한 사람이야.
다만 표현이 어려울 뿐이야.’
이전에는 그런 나 자신이 싫었다.
왜 이렇게 따뜻하게 못하냐고,
왜 가까운 사람일수록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냐고.
그래서 사람들 곁에서 한 발 물러나 있곤 했다.
거리감을 두면,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내가 배운 방식대로 감정을 다뤘을 뿐이다.
어쩌면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보다는 침묵으로
사랑을 건네 온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아주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해보기,
상대의 말을 한 번 더 따뜻하게 들어주기,
마음을 짧게라도 문장으로 꺼내보기.
물론 여전히 서툴다.
하지만 그 서투름조차 내 모습이니까.
다정한 말이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사랑이 없는 건 아니니까.
나는 이제 그런 나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중이다.
누군가는 말로,
누군가는 행동으로,
누군가는 조용한 존재감으로 사랑을 전한다.
애정 표현이 서툴다고 해서
그 사람이 차가운 건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뿐.
그리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