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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비콩 Aug 23. 2024

게으른 사람을 혐오합니다

자신의 게으름을 방치하는 것은 민폐

"학교 선생님들은 어느 정도 배운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심한 폐급은 없는 것 같아!"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회 생활하다 보면, 어떻게 지금까지 인간관계를 맺어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인간 이하의 사람이 많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작년에는 중학교에서 일했다.

하나의 수업에 두 선생님이 들어가는 이른바, '팀 티칭' 수업을 맡게 되었다.

나는 협력 강사, 나머지 한 분은 이미 몇 십 년의 경력을 가진 부장 교사(정교사)

내가 시간당 페이를 받는 비정규직이자 임용고시를 공부하는 수험생이라는 것을 알아도, 그 선생님께서는 내가 수업 이외의 개인 시간을 더 쓰기를 바라셨다.


수업에서 필요한 활동지와 ppt 제작, 수업 진행, 아이들 글에 대한 피드백 작성과 자료 보관, 순회지도, 수행평가 채점 등 전반적인 일은 모두 나의 차지가 되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도서관 소파에 앉아서 여유롭게 읽고, 내가 복사한 자료를 '감사합니다'하면서 받으실 뿐..

하지만 우리 수업을 참관하지 않는 다른 선생님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나는 1년을 보냈다.


개인 카톡에 대해 읽씹을 하거나 은연중에 반말은 습관인 듯했다.

내가 생각했던 교사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료로서 최악의 사람과 함께하며 나의 운을 한탄했다.

이 학교에서 기간제 제안이 있었지만, 나는 이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거절했다.


올해에는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중이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나? 작년보다 10배는 더 괴롭게 하는 사람과 같은 수업을 나누어하게 되었다.

'왜....? 그 당시에는 이런 사람이 정교사가 될 수 있었던 걸까? 분명히 확실히 내가 더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데....' 하는 억울함이 계속 든다.


3월 학기 초에 제출해야 하는 교수학습 및 평가 계획을 미루고 미뤄서 7월에 제출.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 문제 제출안 마감 기간을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음.

고등학교 시험 문제에 '해당 작품의 제목을 찾아 쓰시오'와 같은 변별력 없는 문제를 출제하여 아이들의 원성을 받음.

성적 확인하는 날까지 서술형 채점을 완료하지 못해, 학생들의 이의신청 기회를 빼앗음.

수행평가 부정행위를 감독하지 못해 결국 모든 학생에게 기본 점수를 부여하는 최대의 실수를 범함.

과세특에 복사 붙여 넣기 급의 내용을 두 문장 분량으로 작성함.


이 모든 것이 한 학기 동안 그 선생님께서 하신 전부이다.

물론, 나는 학교 행정이나 운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많은 일을 잘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기본적인 일을 이렇게 처리하는데, 과연 다른 일이라고 잘 할까?


파트너로 일하면서, 내가 늦은 것이 아니었지만, 우리 과목만 미제출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때..

열심히 한 학생들이 울면서 하소연할 때.. 나는 같이 죄인이 되었다.



자신의 게으름을 당당하게 말하며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건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기에 화가 난다.

반면에, 노력했음에도, 서둘렀음에도 늦는다는 것은 그저 무능력함의 반증일 뿐이다.

아직도 한 학기 동안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나는 무사히 이 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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