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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비콩 Feb 06. 2024

4•임용고시 2번의 최탈 경험

서울의 벽이 높다 높아

 임용고시를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이 시험의 어려움을...  다른 시험과 다르게, 모범답안을 공개하지 않고, 논술형과 서술형 문제로 채점의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시키기 어려우며, 소수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 시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껏 서울에서 지내면서 나는 항상 임용고시를 서울로 응시했다. 입시에서 인서울 하기가 어렵듯이, 임용도 서울 지역의 컷이 매년 압도적으로 높다. (티오가 극도로 적은 소수 지역을 제외하고선 말이다.) 빠른 합격을 위해서는 서울을 포기해야 맞는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첫째,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지역을 결정하면 그 지역에서 평생을 지내야 하기 때문에 소중한 내 사람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둘째, 서울의 인프라와 비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만이 가진 교통의 편리함, 문화생활의 풍족함, 맛집, 관광에 최적화된 멋진 야경과 볼거리들이 강렬하다. 이 좋은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셋째, 자취를 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에 집이 있으니,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 집에 머물며 월급을 모으고 투자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 준비를 하고 싶었다. 자취하게 되면 고정지출이 월 100만 원은 훌쩍 넘는다.


 지난 2년 연속, 서울 커트라인을 1점 혹은 소수점 차이로 넘지 못하고 2순위 사립학교 시험을 보게 되었다. 이마저도 최종에서 탈락해 교사가 되고자 하는 꿈이 여러 번 무너졌다. 다른 지역을 응시했다면, 여유롭게 합격할 점수였기에 뼈아프게 속상했지만, 나의 선택이었기에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사실 임용고시뿐만 아니라 수능, 공무원 시험 같이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아주 작은 점수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 하물며 학교 내신 시험에서조차도 근소한 차이로 등급이 나뉜다. 그러니, 나의 아쉬움과 아까움은 그저 수많은 사람들이 매 순간 겪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정주행 했다. 그중 공무원 시험에서 7번 떨어진 공시생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너무 아까운데, 한 문제만 더 맞히면 합격인데...'와 같은 가능성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고 한다. 열심히 했지만, 결과로 보여주지 않으면 그냥 남보다 덜 노력한 것이 되는 세상.. 내가 하는 변명과 하소연이 남들한테는 비슷하게 들릴까 심란하기도 하다.


 올해에는 내가 어느 지역을 응시할지, 지역을 바꾼다고 합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단지 눈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하고 맡은 업무를 묵묵히 해 나갈 뿐이다. 요즘 2 -30대 젊은이들 중 정신적으로 아픈 친구들이 많단다. 취업이 어려워도,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도 일단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해가 뜨듯이, 우리가 마주할 찬란한 청춘을 설렘으로 맞이하자! 쓸모없는 경험은 없으니까 자신을 믿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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