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나는 열심히 살았다.
정말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다 짜내며 살았다.
그렇게 지독하게 달렸던 이유는
빚을 갚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작지만 내가 주도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왔고, 경기가 무너졌고,
나의 생계도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는
버는 족족 월세로 빠져나갔고,
남는 돈은 없었으며
원금 회수는커녕 적자가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당장의 하루를 버티는 게
전부가 되어버렸다.
꿈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는데,
그 꿈은
‘생존’이라는 단어 앞에서 점점 흐릿해졌다.
그리고 빚을 다 갚던 날
내 통장의 잔고는 정확히 0이었다.
그날의 나는
무언가를 끝낸 사람이 아니라,
원점으로 되돌아온 사람 같았다.
정말 오래 걸려 이뤄낸 숫자인데도
그 0이라는 숫자는
축하보다는 허탈함을 안겼다.
열심히 살아냈는데,
내 손에 쥐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기분.
마치 모래 위에 쌓아 올린 집이
순식간에 무너진 자리 앞에
덩그러니 서 있는 느낌이었다.
‘이걸 다 끝내고 나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지.’
‘이일만 지나면,
나도 이제 내 삶을 살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하며 버텼던 매일인데,
막상 끝이 나고 보니
내 삶을 살 수 있을 돈조차 남아있지 않았고,
나는 내 삶이 어디 있는지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갚아야 할 돈은 사라졌지만
내 시간과 감정과 자존감까지
같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이루어낸 성취가 아니라,
그저 살아남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1년을 나만의 바닷속으로 들어가
사라져 가기도 했다.
영원히 바닷속에 갇혀버릴 것만 같았고
영원히 세상으로 다시 나갈 힘이 나지 않았다.
이대로 죽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삶에 대해 자꾸만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1년을 버티고 버텼다.
숨도 차 잘 쉬어지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서,
절대 나올 수 없을 것 같던 나만의 바닷속에서,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조금씩 물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예전처럼 ‘무조건 견디자’는 다짐보다는
‘나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0은 끝이 아니라 원점이다.
이제부터는 버텨온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조금씩 되찾을 시간이다.
나는 단지 살아남기 위한 사람이 아니라,
다시, 내 삶을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