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민찬 May 30. 2023

변화하는 시간 속의 야구

존중하지 않는 야구계 시리즈 2- 감독님과의 만남

시대가 참 많이 바뀌었다. 내가 야구를 시작한 게 2016년이니 7년이 지났다. 야구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할 때와 하락하는 순간을 몸으로 겪은 나는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흘러가고 바뀐다. 바뀌는 건 시간일 수도 시간을 둘러싼 환경일 수도 있는데, 야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가장 실망스러운 스포츠가 되기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느 새인가 각종 논란에 휩싸인 야구인들은 서로를 헐뜯기에 바빴다. 투수들의 구속과 타자들의 타구 스피드는 점점 빨라졌지만, 야구를 즐기는 팬들이 사라지는 건 더 빨랐다. 본인을 '야구인'이라 칭하는 이들이 문제를 서로의 탓으로 돌려버릇하며 야구의 인기는 점점 식어갔다. 


이런 야구계의 현실 속에서 지난 월요일, 나는 야구장으로 향했다. 예전 야구할 때 나를 지도해 주셨던 감독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에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감독님께 미리 말씀을 드렸지만, 오랜만에 뵙는 거니 굉장히 설렜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시고 나와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감독님을 다시 뵙고 싶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내가 야구를 했던 팀의 인원이 줄어들어 팀 운영이 어려운 상태임에도 감독님은 아이들을 지도하고 계셨다. 


야구를 할 땐 몰랐지만, 감독님은 굉장히 좋은 어른이셨다.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때로는 엄하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이랬던 감독님의 뜻을 이제야 알았다. "야구를 하든 공부를 하든 뭘 하든지 간에 언제 어디서나 꼭 필요한 사람이 돼라."라는 감독님의 말씀이 와닿았다. 실제로 야구를 하며 사회성, 리더십 같은 부분을 함께 배웠고 노력하는 자세와 끈기를 함께 배우기도 했다. 어디서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사회성을 함께 배운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무엇인가 짠하기도 했다. 내가 야구할 때의 문화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이 악물고 야구에 임하며 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던 팀이 10명이 채 안 되는 팀으로 변해버린 곳에서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찾기가 힘들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님은 이들에게 맞춰주실 수밖에 없었다. 취미라서 열심히 안 해도 된다고 반문할 수 있지만, 취미라면, 본인의 시간을 내서 삶을 가꾸는 걸 취미라고 한다면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참고로 감독님이 지도하고 계시는 팀은 중1까지 다닐 수 있는데, 아직 어린아이들이라고 해도 야구를 막 하는 모습을 보기가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감독님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대회에서 성적을 내던 그때 감독님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말이다. 야구하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라인업을 짜서 우리에게 알려주시던 감독님의 모습이 그리웠다. 


내가 앞에서 잠깐 다룬 야구계 문제점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을 들어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초등학교 야구에서 헬멧과 배트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프로 선수들이 그러는 걸 아이들이 보고 크기에 그런 거라는 감독님의 말씀에 백 번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를 오래 해오셨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계시기에 문제점을 너무나 잘 짚어주셨다. 감독님이라는 분은 야구를 알려주시는 분 이전에 삶을 알려주시는 분이었다. 야구와 삶은 그게 어떤 식이든 간에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아마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시간이 변했다. '흘렀다.'가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으나 너무나 많은 게 변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환경이 바뀌었다. 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서서히 줄어들었고(그나마 인기팀 롯데가 분전하며 살아오는 분위기다.) 야구하는 아이들은 점점 없어져 간다. 시간이 때로는 야속하기만 하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꾼다고 하는데, 그게 어떻게 바뀔지는 사람에게 달렸다. 


야구계 사람들은 야구의 방향성을 꺾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생각으로 선을 점점 넘었다. 헬멧과 배트를 던지고 아무렇지 않게 도박을 하고 학교폭력을 저질렀다. 코로나로 인해 야구계가 잠깐 시들해진 상황에서 야구계는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오직 본인의 이익에만 치중된 일들을 해왔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걸 말이다. 야구를 하는 아이들은 적어졌어도 야구를 보거나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직 많다. 변화한 시간 속 아이들은 이제 어린아이에서 청년이 되었다. 이제 새로운 어린이들이 자란다. 가끔씩은 서로를 위해 양보하는 건 어떨까. 자신이 선수든 아니든 간에 어디서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의미를 일깨웠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승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