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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Feb 04. 2023

물에서 헤엄치는 거북이의 발처럼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최근 글을 하나 보았다. 재능이 중요한지, 노력이 중요한지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을 적어 놓은 글이었다. 그런데 문장이 엄청나게 강력했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나갈 수 있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 1차원적인 질문에만 생각하기 급급했던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생각을 깊이 한다고 착각한 나는 나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하나 배워갔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뛰어난 사람들은 아주 많았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전 글에서 밝힌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했다. 시에 있는 리틀야구단에 들어가 주전으로 뛰며 나름 전국구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야구하던 시절의 기억을 돌아보면 시합에 나가 특출 나게 잘하는 선수는 적은 반면에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며 팀에 기여하는 선수는 아주 많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 빛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들 역시도 빛나고 싶은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나는 어린 시절 야구를 볼 때 에이스나 4번 타자의 야구만 대단한 것이라 생각했고 환호했다. 그러나 살다 보니 경쟁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내는 대타 및 대수비 요원들의 야구를 존경하게 되었다. 한 경기라도 뛰고 싶다는 간절함과 절실함은 스타플레이어만 보던 나에게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 


야구를 비롯한 팀게임 종목은 주전 경쟁을 치열하게 해야 하고 주전경쟁에서 이긴 사람만이 경기를 뛴다. 그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이름을 알리고 빛을 낸다. 우리는 이것을 스타플레이어라고 부른다. 무언가 겹쳐 보이지 않는가? 사회와 흡사한 모습이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는데 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야구의 외적 환경 역시도 정말 흡사하다. 


우리 사회는 잘 살기 위해, 빛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고 이긴 사람만이 부와 권력, 명성을 얻는다. 이렇게 이름을 날리며 성공한 사람들 주변엔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도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대다수가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스타플레이어고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우리는 주전 라인업에 들어가거나 후보로 대기하고 있는 선수다. 스타플레이어는 노력으로 성공했을 수 있고, 혹은 재능이 있어서 성공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타플레이어는 라인업에 들어가 있는 선수들이나 후보 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질책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랬다면 스타플레이어가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할 때 물에서 헤엄치는 거북이의 발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던 그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야구든, 사회이건 간에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야구는 팀게임이고 9명이 채워지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가 없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 빛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거나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그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빛나는 건 스타플레이어나 성공한 사람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노력을 부정해선 안 된다. 나는 여기서 말하는 주변 사람들이 주눅 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야구 같은 경우엔 그 팀에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다. 제 아무리 보이지 않더라도 팀에 들어와 야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몰아세운 것에 가치를 매겨야 한다. 사회 역시도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게 대단한 거다. 토끼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이름을 알리는 것도 물론 좋지만 물에서 헤엄치는 거북이의 발처럼 본인만의 노력을 해나가는 모습이 정말로 가치 있고 존경받아야 마땅한 거라고 본다. 야구, 그리고 삶에는 실력보다 더 큰 의미와 덕목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가끔씩 보이는 그들의 빛나는 모습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내야만 한다.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스펙을 쌓고 공부를 하지만 역시 빛나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다. 정리를 좀 해보면 사회에서 경쟁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위대한 사람들이다. 꾸역꾸역 하루를 버텨내며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성공한 스타플레이어들이 빛나는 삶을 살 때 물에서 헤엄치는 거북이의 발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고를 인정해 주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함께 사는 사회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물 밖으로 나온 특별한 날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물에서 헤엄치는 거북이는 발이 없으면 헤엄치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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