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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Jan 26. 2023

용서는 피해자가 해야 한다.

추신수의 안우진 옹호 발언

최근 야구계에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야구는 몰라도 추신수는 알만큼 인지도 있는 야구선수인 추신수(41)의 한 발언 때문이다. 추신수는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23년 WBC(world baseball classic) 대표팀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에는 지난 2022년 최고의 투수였던 키움 히어로즈 소속 안우진이 빠져 있었고 추신수는 안우진의 탈락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선 추신수의 말을 옮겨보자. "김광현(35), 양현종(35), 김현수(35) 등 베테랑이 많다. 옆나라 일본만 봐도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않다. 김현수만 봐도 그렇다. 한국을 대표해서 나갈 실력과 성적이 되지만 나라면 미래를 볼 것이다. 베테랑들이 안 가는 게 맞고 새로 뽑히는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안우진 같은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얼굴을 비춰 해외진출을 할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


우선 여기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별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이 말을 현역 선수인, 그것도 SSG라는 팀의 맏형인 추신수가 한다는 것에 의아함이 생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41살의 추신수가 SSG에서 뛰는 건 괜찮은가? 오히려 41살의 나이에도 뛰는 걸 행복하게 여겨야 한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건 팀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에 있다. 어느 팀이든 한국 프로야구 10개 팀의 최종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다시 말해 우승까지의 과정에는 추신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국가대표라고 다를까. 당연히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을 통해 야구의 인기를 되살린다는 부가적인 목표도 있지만 어쨌든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그러기 위해서 리그에서 가장 좋은 실력과 성적을 가진 선수들을 선발하는 것이다. 그것이 베테랑이든 신인이든 간에 말이다.


한 가지 더. WBC 같은 국제대회는 나라끼리 맞붙는 국가대항전이다. 아직 유망주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통한 경험을 주게 하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해외진출을 위해 판을 깔아주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국제대회에서 인상을 심어줘 해외로 나갈 순 있지만 선수의 해외진출을 위한 자리는 아니란 것이다. WBC든 KBO리그든 최종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추신수는 이러한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논란의 화두는 다음에 있다. 추신수는 "안우진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지만 어떻게 보면 박찬호 선배 다음으로 잘될 재능을 지닌 선수인데, 나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게 정말 많다. 우리나라는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전 정지 징계도 다 받았다. 그런데 국제대회를 못 나가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발언에 대한 사람들의 분석은 다를지 몰라도 결론은 크게 다를 게 없다. 우선 나는 추신수의 발언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안우진은  2022년 탈삼진, 방어율 1위에 오르며 골든글러브까지 석권한 키움 히어로즈의 토종 에이스다. 휘문고 시절 학교폭력 논란으로 처벌 및 징계를 모두 소화했지만 여전히 '학폭'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선수다. 이런 그를 대표팀에 승선시키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KBO는 안우진을 발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안우진이 좋은 투수인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학폭 논란에 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추신수는 야구계 선배로서 안우진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추신수는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았다. 징계를 모두 소화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용서하는 건 아니다. 피해자의 고통은 추신수를 비롯한 제삼자가 할 수 없고 오로지 피해자만이 알 수 있다. 그 피해자의 고통을 추신수는 야구계 선배라는 이름으로 건드려 버렸다. 용서는 피해자가 해야 한다. 징계를 소화했고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이 보여도 야구계 선배라는 명목 하에 용서해 버린다면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안우진에 대한 내 생각도 다를 것 없다. 더 나아가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이 지명한 김유성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을 해도 징계를 소화하고 그라운드에 선다면 야구만 잘하면 되는 인식이 생긴다. 잘못한 일이 있어도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뿌리내린다면 훗날 KBO리그에서는 '클린 베이스볼' 따위는 없을지도 모른다.


WBC의 최종 목표인 우승을 위해 안우진을 선발해 좋은 성적을 낸다 하더라도 추신수가 말한 '미래'를 본다면 야구의 인기는 식을 수밖에 없다. 안우진을 선례로 해 이런 과거가 있는 선수들이 고개를 들고 그라운드에 선다면 야구의 인기는 추락한다. 추신수는 미래를 봐서 안우진을 옹호했지만 더 먼 미래를 보지 못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란 출범 원년인 1982년 프로야구의 캐치프레이즈가 묻히고 만다. 야구가 있어서 팬이 있는 게 아니다. 팬이 있어야 야구가 있다. 팬이 있기에 선수들이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추신수는 자신과 팀, 리그의 수많은 팬들이 야구에서 등을 돌리게끔 만들었다.


반복하자면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해자의 고통을 섣불리 짐작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안우진을 옹호한 추신수는 당연히 받아야 할 비판을 받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추신수가 그랬으면 좋겠다. 소 잃었다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다시는 소를 키우지 못한다. 야구계 선배인 추신수가 다시 올바른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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