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월 아침 햇살이 교장실을 점점 채우고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은 손을 호호 불며 교장실로 들어오고, 우리는 햇살이 있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햇살이 내려앉은 책상에 손이나 얼굴을 대면 따스한 온기가 마음을 덥힌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다. 아침마다 무리를 지어 남쪽으로 날아가는 새들과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붉은 나뭇잎과 아직 지지 않은 급식실 앞 장미꽃에 대해서.
2.
10월과 11월에는 3학년 아이들의 자소서 쓰기와 면접 지도를 했고, 학교 소식을 카드뉴스로 만들어 부모님들에게 전했고, 이런저런 교육활동을 평가하는 협의와 정리하는 글을 썼다. 수원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과 행궁동으로 인사이트 투어를 가는 아이들을 위해 활동지를 만들었다. 나는 활동지에 "사람들은 별마당 도서관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관찰한 것을 최대한 많이 적어 보자, 예: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청년,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자 등)", "사람들은 별마당 도서관의 어떤 점을 좋아하고 있고, 무엇을 즐기고 있나요?" 같은 질문을 넣어두었다. 아이들 책상과 의자를 바꿔주기로 하고 교장실 앞에 샘플로 몇 개를 가져다 두었다. 마음을 기울이니 보이는 것들이 많아졌고 해야 할 일도 늘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인연은 더 깊어지고 있다. 교장실에 와서 위로가 되는 책을 추천해 달라는 아이를 위해 책을 사고 손 편지를 썼다. 상담을 요청하는 아이들도 늘었고 고민을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면접 준비를 함께 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더 알게 되었고 아이의 상황에 맞게 잘 가르쳐 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작업들을 했다. 함께 하는 선생님들이 이 작업의 가치와 방향과 방법론을 믿고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했다.
그런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들로부터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령, 교장실 앞에 샘플로 둔 책상과 의자로부터 아이들과 나는 초등학교 때 국어 시간과 친구, 공부와 졸음, 키가 큰 것과 아빠가 돌아가신 것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일상은 아주 깊고 다채로운 생각과 감정을 나에게 전하고 있다. 기억하고 싶다.
3.
'올바른 언어'로 5행시를 지은 어떤 아이의 글을 읽고, 오늘 아이에게 편지를 전했다. 거기에 나는 이런 문장을 적었다.
"시인은 어떤 구체적인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시인의 특별함은 그가 이 상황에 대한 자신의 깊은 사유와 감정을 고도의 비유와 상징의 방법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설명할 자신만의 언어가 있고, 자신의 감정을 품격 있게 표현할 방법이 있다. 이것은 그의 힘이고 시의 힘이고 문학의 힘이기도 하다."
이 작은 마을의 아이들과 나는 어떤 관계의 선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아이들과 고유하고 특별한 선을 만들고 싶다. 이 세상에는 이런 삶도 생각도 마음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그래서 삶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고,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4.
부모님들께 전하는 10월 학교 소식의 마지막에 나는 글쓰기 수업의 어떤 장면을 적어 보냈다. 나는 여전히 사랑과 아름다움에 말하고 있다.
"중2 아이들과 국어 시간에 글쓰기 수업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품에 안겨 울었던 날을 쓴 아이가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아이의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아이의 슬픔은 너무 컸지만 그 품은 참 따뜻했을 거예요. 우리는 서로에게 다정한 품이어야겠습니다. 학생도 부모도 교사도 서로에게 사랑이어야겠습니다.
오직 그럴 때에만 비로소 우리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슬픔과 사랑을 동시에 지닌 저 눈부시게 빛나는 아이처럼요." 증2 아이들과 국어 시간에 글쓰기 수업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품에 안겨 울었던 날을 쓴 아이가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아이의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아이의 슬픔은 너무 컸지만 그 품은 참 따뜻했을 거예요.
우리는 서로에게 다정한 품이어야겠습니다.
학생도 부모도 교사도 서로에게 사랑이어야겠습니다.
그럴 때에만 비로소 우리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슬픔과 사랑을 동시에 지닌 저 눈부시게 빛나는 아이처럼요. 증2 아이들과 국어 시간에 글쓰기 수업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품에 안겨 울었던 날을 쓴 아이가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아이의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아이의 슬픔은 너무 컸지만 그 품은 참 따뜻했을 거예요.
우리는 서로에게 다정한 품이어야겠습니다.
학생도 부모도 교사도 서로에게 사랑이어야겠습니다.
그럴 때에만 비로소 우리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슬픔과 사랑을 동시에 지닌 저 눈부시게 빛나는 아이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