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간과

모른 쳑 넘어가기

by 지개인

지혜로움이란

못 본 척 지나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기술이다.

ㅡ윌리엄 제임스


초등학교 때 했던 세탁소 심부름이 생각난다.


아마 4학년이나 5학년 때 쯤으로 기억된다.

아버지께서 결혼식장에 갈 일이 생겨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세탁소에 갔다. 아버지의 양복을 찾는 간단한 심부름이었다. 그렇지만 그 양복은 맡긴 지 한참이 지나서인지 세탁소 사장님은 쉬이 찾지 못하셨다.

부모님께 다시 가서 양복의 모양과 색깔 등을 다시 설명들은 후 세탁소를 재방문했다. 그러기를 몇번을 반복을 했다.

세탁소와 집을 몇번을 반복을 하는 나를 보고 세탁소 사장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나에게 만원을 주셨다.

오늘 하루 심부름 하느라 수고많았다면서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말이다. 벌써 30년도 더 지난 일이니 그 당시 초등학생이 받기에는 큰 돈이었다.

나는 엉겁결에 주신 돈을 받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와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부모님께서도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당시에는 내가 이 큰돈을 받을만한 일을 한건지 의문이 들었다. 세탁소를 반복해 방문하는동안 부모님과 사장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해 전달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조그만 여자아이가 안절부절하며 다녀가는 것을 그 사장님께서 안쓰러이 보셨나보다.

바쁘신 부모님께서 직접 방문하지 못하시는 상황도 이해를 하셨을 테고.


이런저런 사정과 상황을 이해하시고 연민의 손길을 내밀어주신 그때의 세탁소 사장님이 문득 떠오른다.


작고 여린 것을 보거나 안타까운 장면에서 쉬이 지나치지 못하는 건 이렇게 내 삶에 스며들었던 여러 간과의 순간들이였겠지. 그 순간들이 내 안에 쌓였고,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했다.


이 마음을 재촉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보채지 않고, 그리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