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워서 더 모르는 사람
가족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ㅡ앤 램버트
글을 읽는 내내 엄마가 생각났다.
평생을 알아온 사이이고,
늘 그 그늘에서 산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챙겨드리지 못했다.
'엄마는 엄마니까 그래도 된다.'라는 생각은 내가 엄마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중에 나온 책들에서 '엄마도 한 사람의 여자'라는 정의는 여전히 나에겐 생뚱맞게 들릴 뿐이었다.
나의 엄마처럼 단단한 사람이,
자식을 위해 어떠한 것도 감내할 바위같은 사람이,
그저 한 명의 여자라는 것은 생경한 느낌이였다.
그런 엄마가 키운 나 또한 엄마와 비슷한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남편이 도와주기를 바라면서도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늘 '괜찮다.'였다. 혼자 감당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는 것이 내가 배운 '엄마모습'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남편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나의 괜찮다는 말에도 걱정과 염려를 거두지 않고, 그런 나를 안쓰러이 대했다.
이런 남편을 두지 못한,
아니 어쩌면 자신의 남편을 이렇게 만들 삶의 여력이 없었을 나의 엄마는 어쩌면 많이 외로웠을까?
그 솔직한 속내를 훤히 보여주기를 망설이고,
이만큼 내어주었다가 아차 싶어 도로 집어넣는 엄마는 어디서부터 위로받고 싶을까?
엄마 곁에 가만히 있는 것이 이제는 어색해져버린 나는,
엄마 탓을 했다. 못나게.
엄마가 지나온 그 세월을 함께 지나왔으면서도,
모든 걸 알진 못해도,
생의 고됨을 목격했으면서도,
여전히 망설여진다.
성큼 다가가는 내 폼이 어설퍼,
오히려 상처받을까, 나만 생각한다.
엄마와 1:1 데이트 꼭 해보고 싶다.
그녀의 속내를 들어보고 싶다.
엄마가 허락하는 만큼만.
엄마가 물러서지 않을 만큼만.
날씨가 궂은 오늘 엄마에게 전화 한통 넣어야겠다.
애잔한 내 속마음 들키지 않게, 일상의 안부를 물어야겠다.
길이 미끄러우니 밖에 나가지 마시라고,
저녁 잘 챙겨드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