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러움.
아이들의 방학과 함께 집안일이 보태어진다.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돌밥과 그 곁에 덧붙는 시들한 일들.
장보기, 식재료정리, 상차리기, 설가지.
끝이 없이 이어지는 일은 항상 나를 바깥에 서게 한다.
마흔이 훌쩍 넘어
다시 읽고, 듣고, 말하고, 쓴다.
내 책가방이 있고, 그 속엔 필통과 연필이 있다.
지금의 흰 머리카락과 검은 머리카락이,
그 수가 서로 바뀌었을 때.
나이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지식을 늘리고 깊이를 더하는 중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일은 나를 중심에 서게 한다.
끝이 없는 일들과
끝을 알 수 없는 일들은
나를 주변부와 중심에 번갈아 세워놓는다.
그 둘사이를 오가는 사이에
손짓에서, 발걸음에서, 혹은 흐린 말끝에서
갈무리되고 얽히는 선들.
그려지는 선들을 따라 이어지는 나의 여름은 부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