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상의 풍경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생경함이 있다.
버스 한켠을 차지한 커다란 바퀴 달린 의자,
길 위를 쓰다듬듯 톡톡톡 두드리는 소리,
우리가 낄 수 없는 허공의 손짓들이 하는 대화.
서로를 곁눈질한다.
우리는 그들을, 그들은 우리를.
우리와 그들 사이에는 서로가 경험하지 못한 생생한 삶이 놓여있다.
우린 함께 걸을 수 있을까?
어느 비오는 날 오후 왼손으로 우산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비를 향해 우산을 활짝 펴 빗길을 걸어가다 물웅덩이를 지나는 자동차 바퀴의 난데없는 물세례를 피해 급히 비켜서고, 빗줄기 사이 부유하는 지짐 냄새에 발길을 서둘러 구깃한 고동색 알루미늄 샷시에 끼워진 불투명 유리문을 드르륵 소리나게 열고 들어선 노포에서 늙수그레한 주인장이 단골손님에게 넋두리하는 소리를 풍경 삼고 세월의 더께가 입혀진 눅진한 식탁위의 메뉴판을 쩌억 소리나게 떼어내어 잠긴 목소리로 뜨끈한 칼국수와 가장자리 바삭한 부추전을 주문할 수 있다면.
모두가 지극히 평범하다면 공평해질 수 있을까?
할퀴어진 심장으로 숨을 쉬고, 얼룩진 기억을 엮어 깊이 간직하면 들키지 않는다.
드러내지 않으면 우리는 보통들이니까.
안쪽에서 걷는 우리, 바깥쪽에서 걷는 그들.
안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 안이 된다.
안도 바깥도 아닌 하나의 물결 위에 선 나, 너, 우리, 그들.
스치고 비켜서며 마주쳐 물러난다.
시작한 곳이 같기에 닿을 곳도 결국 같다는 걸 우린 여전히 모른 채 산다.
연결은 보이지 않는 입자로 이루어져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