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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fell from the sky

Wonder

by 지개인

오늘 책은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눈으로, 입으로 읽어내며 작가가 표현해내고 싶은 삶의 가치와 철학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영롱한 물체 하나가 곤충들이 사는 마을에 작은 소란을 만듭니다. 서로 자신들의 관점에서 그 물체에 정의를 내리느라 바쁜 와중에 거미가 나타나 얘기합니다. 그 물체가 바로 자신의 거미줄에 떨어졌다고 말입니다. 모두가 그것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바쁜 와중에 거미는 그것의 가치를 상업적으로 환산합니다. 교활한 거미에겐 실체를 알아내려 애쓰는 헛된 시간보다 그것의 상품성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곧 실천에 옮긴 거미는 그 물건을 Wonder라 이름짓고 전시회를 열어 티켓을 팔아 부를 쌓았습니다.

본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으로 부를 쌓아가던 어느날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납니다. 전시회를 방문하던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거미에게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주던 Wonder도 사라져버리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곤충과 벌레, 풀과 꽃들은 다시 돌아옵니다. 하지만 아무도 거미에게 관심을 주지 않죠.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거미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공평함에 대해, 공유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다시 Wonder들이 떨어질 거라 예상하며 꽃들 줄기 사이사이로 거미줄을 촘촘히 엮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충분한 양의 Wonder들이 떨어지고 곧 새로운 전시회가 열리게 되죠. 이번엔 모든 이들이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회중시계, 레고블럭, 병뚜껑, 기사와 원숭이 피규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더 많은 전시물들과 그것을 감상하는 관람객들로 인해 전시회는 전보다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처음 거미가 기획했던 전시회와 많이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소유를 주장하며 쌓아올린 탐욕의 부는 결국 거미를 고립시켰습니다. 아무리 많은 부도 단절된 세상에서는 그 가치가 공허해질 뿐입니다.

처음 하늘에서 떨어졌던 Wonder는 그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것이였습니다. 비교불가함은 희소성의 가치를 더욱 높아지게 했습니다.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고 갈망하는 '고유함'이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함'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걸까요?

'고유함'을 소유하게 되면 그에 걸맞는 '품격'도 절로 가지게 될까요?

거미를 통해 삶의 여러 가치와 철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거미의 눈이 독자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투명한 눈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바로 당신 안의 여러 모습 중 하나입니다.' 라구요.

섣불리 욕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제 안에 있는 소유욕과 탐욕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의 모자에 있는 노란 꽃에서 '공유와 공존'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오늘 저의 홈런문장은 It fell from the sky. 였습니다.

제목이 주는 궁금증과 묘한 긴장감이 이 책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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