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가벼운 이름 (1)

by sally

비를 천천히 맞으면서 걸었다. 누군가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았다. 유난히 내 안에서 무언가 빠져나간 것처럼, 나는 홀가분함을 느꼈다. 묵직한 것. 내가 들 수 없을 정도의 무게. 그런 것이 내 맘에서 빠져나간 것이 느껴졌다.

아, 그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의 에너지 같은 무게가 내 안에서 빠져나가면서 그토록 날 무겁게 짓눌렸던 것이 사라져 너무 가벼웠다.


사랑, 그토록 무거웠던 것일까.

마음의 숲에서 감정의 엉겅퀴를 잘라내고 상처를 솎아내어 유월의 풀꽃을 잘 자라게 했어도 여전히 대지 아래를 걷는 것처럼 마음이 어두웠고 무거웠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불완전한 존재가 가시적인 거리만을 볼 수밖에 없는 한계성을 드러냈다. 사랑이 지나가 텅 비어버린 자리는, 고물스럽거나 또는 흉물스러운 것이 되어 지린내 나는 도시 뒷골목 거리에 방치되어 있던가 또는 잠시 스친 걸인이 냄새를 풍기고 지나간 것처럼 내 창자 속까지 고약한 냄새가 스며들었다.

사랑은, 육체의 무게만큼이나 내 영혼이 무거웠고 사람이 밟고 있는 대지의 무게만큼 힘겨웠고, 폐지를 압착시키는 기계에 눌린 것처럼 육중하게 다가왔다. 유한하고 연약하고, 여린 몸짓들의 존재는 그저 중력이 누르는 만큼의 무게만 감당할 뿐이었다.



불완전한 존재는 결코 완전한 사랑에 이를 수 없다. 장맛철 거센 소나기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고 홍수가 나고 집이 떠내려 간 다음에야,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할 삶의 무게인 것이다.


완전한 것이 대지 위에 무엇이 있었던가.

그저 하루의 삶이 곧 하루살이의 날갯짓처럼 살아갈 뿐이었음에도 날갯짓은 독수리처럼 그랬다. 힘차게 어디서나 비상할 날개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결코 유한함은 연약함으로 마무리될 뿐이다. 완전성의 개념은 신의 땅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이 땅에서 불완전한 사랑, 그것으로 우리의 삶 속에서 제한적으로 완전한 사랑이라 이름 붙여주는 것일 뿐, 완전한 사랑은 첫 에덴동산에서 이루어졌다.


여리디 여린 몸짓이 행했던 사랑이라는 이름,

신은 사람을 창조하면서 결코 완전성을 띤 '사랑'을 명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완전하고 나비 같은 날개의 그 무게만큼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이 땅에 창조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이름 붙여준 사랑, 이라는 것에 가끔은 황홀해한다. 그것에 중대성을 결코 부여하지 말라 할 것이다. 독수리는 그 날개로 사랑을 비상할 것이지만 사람은 여린 유월의 풀꽃처럼, 여린 몸짓으로써만, 불완전한 사랑으로 이 땅에 이를 것이다. 그저 우린 미완성으로 그칠 사랑이라는 이름에 서로의 연약한 '어깨'를 잠시 빌려준 것 뿐이다.


사랑, 그 가벼운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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