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가는 길

당신이 그립습니다

by sally

햇빛이 비치는 유월의 좁은 골목길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내 품에는 당신이 들꽃의 향기로

적어주신 원고가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당신과 내가 새벽 달빛 아래 속삭였던

그리운 것들을요


당신이 내게 준 원고를 집에 와서

열어 보았을 때 유월의 풀꽃들이 휘날렸습니다


이제 당신은 은빛물결 부서져 내려오는 별빛을 쫓아

내 곁을 떠나갔지만요


그리운 당신이 건네 준 원고는 여전히 내 품에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잘 때도 품고 잤습니다


이제 당신이 준 원고를 품에 안고


햇빛이 비치는 그리운 골목길 앞

작은 우체국 문을 똑똑 두드리며


빠른 등기로 신춘문예 가는 길을 열고 갈 것입니다


유월의 풀꽃이 되어버린 당신이 내게 준 원고는

이 세상 별빛이 되어 당신 계신 은하수 마을 우체국으로

다시 당신의 품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아직은

물 한 모금 제대로 넘어가지 않지만요


이 그리움이 다 지나갈 때쯤 물이라도 넘어갈 수 있다면요

그것은 아마도 대지 위 모든 꽃들이 질 때나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당신에게 잘못한 고백이 있습니다


나는 아기새를 잃은 어미새였습니다

당신을 잃어버릴까 둥지 안에 품었던 어미새였습니다


행여 눈이 어미새 등에 쌓여 얼어붙을지라도

나는 당신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아기새를 잃은 어미새는 눈물이 그만 멈추어 있습니다

아기새가 그리운 유월에 다시 올 거면 그때 눈물을 다시 흘릴 것입니다



그리고 가슴에 맺힌 한 마디가 있습니다


당신의 상처에 따뜻한 내 손을 내밀어 드리지 못한 것에

당신을 그리워한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 계신 은하수에 천사의 사다리를 놓을 수만 있다면

그리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때 당신과 해후한다면

따뜻한 내 손을 그제서 내밀어 드리지요



들꽃의 향기를 묻어둔 신춘문예 원고를 붙이고 우체국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슬픈 사랑으로 중편 소설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새 하늘에서 눈이 내렸나 봅니다


유월인데도 온 세상이 하얗게 눈꽃이 피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 계신 은하수 쪽빛 하늘도 유월의 풀꽃 향기가 넘칠 것입니다


당신이 내게 준 원고는

이제

내 품에서 사라지지 않을 유월의 꽃향기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천 년이 지나야 우리 유월의 들꽃이 필 거라면


당신을 그리운 햇빛이 비치는 골목길 앞에서 언제나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