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동백꽃이 나뭇 가지를 뚫고 올라왔다
쪽빛 바다 앞 붉은 동백꽃이 시간 속에 멈춰있다
햇살을 한움큼 담아 꽃잎 위에 얹어본다
손을 뻗어 꽃잎을 만졌다.
순간 봄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꽃잎이 하나 둘 바람에 날아갔다
하나 둘 세엣
힘겹게 걸을 때마다 엄마는 늘 숫자를 세었다
고통의 침전물이 엄마 깊숙이 가라앉았어도
동백꽃이 다랭이 마을에 피어오를 때
병원 침대에 누운
엄마는 찔레꽃 노래를 자주 불렀다
다섯 살 시장통에서 엄마 손을 잃었을 때
날 찾아내어 동백꽃 닮은 빨간 구두를 신겨주고
엄마는 쪽빛 바다로 사라져버렸다
봄이 오면
동백꽃도 찔레꽃도
다시 나를 찾아올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쪽빛바다 그 머나먼 길에서
하나 둘 세엣 하고 걸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