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혼자가 되어있었다. 철저하게 세계로부터 고립되었고 분리되었다. 이전의 세계는 나를 독재자처럼 지배했지만 지금 세계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닫혔다.
대로변 횡단보도 앞, 건너편 플라타너스에 주저앉은 아침햇살을 바라본다. 도심지 고층 빌딩 틈사이 바람이 분다. 공간에 쓸쓸함이 스며든다. 신호가 켜지자 출근길 많은 사람들이 약속하듯 걸었지만 나는 그들과 벽을 이루며 분리된 공간에서 걸었다.
노트북과 하이힐이 담긴 가방이 어깨를 짓누른다. 운동화를 신은 채 허무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며 고립된 존재의 일상으로 진입했다. 어둑해질 무렵 일을 마치고서 강남역 지하상가 꽃집 앞에 서본다.
노란 조명등 아래 꽃들이 아늑한 집을 이루고 산다.
프리지어꽃에서 향긋함이 올라왔다. 익숙한 후각이 그 사람의 향기를 기억에서 불러온다. 봄이 올 무렵이었을까. 아마도 그때 프리지어꽃을 그에게 한 다발 건넸을 것이다. 붉은 장미꽃이 꽤나 매혹적인 눈으로 날 바라본다.
프리지어를 한 아름 가슴에 품고 붉은 장미를 손에 쥔다. 꽃을 들고 우두커니 선 채로, 그다음 목적지가 없다. 모든 것이 낯설어. 조금씩 한 발자국씩 움직여본다. 갈아 신지 못한 구두소리가 또각또각 소리를 낸다. 사람들의 발길은 바쁘고 나는 그들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아 이토록 멀리서 세계를 바라보아야 했고, 이토록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가야 했을까.
나는 나를,
나는 나를,
고립 속 허무를 품고 세계를 바라보는 것을 즐겼을 것이다. 그것은 이탈된 상태 우주 속 먼지가 되어 유영하는 것처럼 가벼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마도 끝까지 혼자이기를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차단된 세계와 멀어져 또 다른 세계의 화려한 고독 속에 머물게 한다는 것은 철저히 혼자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사유는 아주 깊은 우물가로 안내한다.
언젠가부터 내 안의 세계는 오직 고독한 빈곤을 품고 이 땅을 혼돈의 세계로 지정한다. 나는 그대로의 나이기를 바랐을 것이지만, 세계의 문이 열렸을 때 나는 그대로 문을 닫았다.
혼자라는 것의 외로운 것들은, 나를 세계로부터 침묵하는 자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