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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 전시

움직임을 그림에 담다

by 상 헌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의 시간을 잠시 잡아두는 시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유화작품을 보고 있을 때 특유의 질감, 섬세한 표현을 보며 화가의 터치를 수백년이 지난 지금 느낄 수 있어, 유화작품을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시간을 즐깁니다. 마음속의 짐이 사라지고 불안과 걱정이 가득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미술관의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정말 많은 유화작품이 있었습니다. 400년의 서양 미술사를 관통하는 143점의 작품들이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Flower in a vase] - Daniel Seghers



전시와 함께 역사를 걷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부터 20세기 현대미술까지 9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시대별로 구성하여 전시를 보며 400년의 역사와 함께 걸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점차 변해가는 미술사의 흐름, 원인과 결과, 크고 작은 이슈들과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배경의 작품들과 함께 하기에 더 큰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요하네스버그 미술관이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과거 영국과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았기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 또한 그 영향을 받았고, 그 작품들이 한국에 와서 전시되고 있는 지금, 각 작품들은 자체의 의미에 더해 시대를 견뎌온 역사적, 지리적 의미를 추가적으로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 배경을 설명하는 글이 각 섹션 초입에 작성되어 있어서 함께 읽으며 전시를 즐기며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regina cordium] - Dante Gabriel Rossetti



때때로, 개인이 시대를 바꾼다


모든 작품들이 개성이 있고, 각자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라파엘 전파의 시작을 알린 로세티의 Regina Cordium 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 앨리자베스 시달의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당대에 여성의 이상상은 바로 그녀였습니다. 로세티가 라파엘 전파를 이끌었던 것도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작품 바로 옆 라파엘 전파에 반발하는 세밀한 묘사를 지향한 그림이 함께 놓여 있어 대비됨과 더불어 라파엘 전파의 느낌을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림의 형식이 유행을 하고, 추세가 바뀌는 원인이 인류 역사의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운명적인 위치에 놓인 개인의 의해서도 많이 바뀐다는 것에 전율이 있었습니다.


[Port of Trouville] - Eugène Louis Boudin



움직임을 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상주의 화가, 모네와 같은 시대에 활동을 했던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에는 빛이 보이고 움직임이 보입니다. 있는 그대로 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뭇잎의 움직임, 바다의 출렁거림, 빛의 일렁임, 사람의 움직임을 그림에 담아내는 것인데요, 그림 한편 한편이 역동적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상주의는 다섯 번째 섹션에서 중심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이라는 정물을 통해 움직임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그림의 물리적 특성을 탈피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어 그 시도에서 더 큰 감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항구를 떠나가는 배에서 그리움을 느끼고, 일렁이는 바람에서 시원함을 느끼는 경험을 그대로 화풍에 담아놓은 듯하죠.



미술작품은 그 감상을 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같은 경험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한 것 같습니다. 작품의 배경, 감상자의 배경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에 직접가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러 가는 것은 절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떠한 이야기가 들릴지 기대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요하네스버그 아트갤러리의 작품 143점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올해 5월 16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거장 89명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원문: 아트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m/#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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