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마이 신지 - 이사 [영화]
오는 7월 23일에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오는 소마이 신지의 걸작! [이사]의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용산 CGV에서 진행된 시사회는 영화에 관심이 많고 소마이 신지 감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극장에 입장하여 주변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니 [태풍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 영화에 개한 기대감을 표출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다들 한마음으로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듯 했습니다.
영화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저도 새로운 영화에 들어가기 전 영감을 받고자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보러왔는데요. 대략 10년전 이 영화를 하교한 뒤 집에서 컴퓨터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봤던 많은 장면들이 기억이 나고 느꼈던 감정이 기억이 나는데, 주인공에 몰입하여 "주인공과 비참하고 슬픈 느낌을 공유했었지"하는 생각을 하며 극장에 앉아 상영을 기다렸습니다.
많은 일본 영화들을 보았지만 소마이 신지에게 영향을 받지 않은 일본 감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일본 영화의 틀과 느낌을 많이 형성하는데 기여한 인물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화면의 부드러운 느낌 부드럽게 번지는 빛, 장난 스러운 연출 부자연스럽지만 감정과 정확한 이야기 전달을 위한 액팅 등등.. 그런 것이 그의 매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공감하는가?
슬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화를 볼 때 중요한 관점 중 하나는 관객이 "어느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있느냐?" 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주인공이 불쌍하고 이혼한 부모님 밑에서 저렇게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이혼한 부모님이 원망스럽지도 않나..?" 하며 어떻게 저렇게 긍정적이고 밝은 태도를 유지하며 극복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관람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영화를 감상하며, 역시 영화란 책과 마찬가지로 관객 혹은 청자, 독자의 입장이 변화하며 느낄 수 있는 감정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가장 눈이 갔던 인물은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부모님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흥행한 이유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저 당시에 주인공 혹은 주인공의 부모님의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여럿 일본에 있었기에 이 영화에 깊이 있게 공감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는 담배를 피고 아버지는 술을 들고 다니며 마십니다. 연기를 아이에게 내뿜고, 집에서도 서슴지 않고 담배를 피며 아이의 입에서 "담배좀 끊지?"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골초처럼 담배를 펴대죠. 정말 마음이 갑갑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런 부모가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불쾌감을 줌과 동시에 홀로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고독과 막막함, 두려움 등이 담배로 투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정당화 될 수는 없겠지만요.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애처럼 길바닥에 누워있다던가,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를 보이며, "과연 저것이 어른의 자세인가?"하는 의문이 들게끔 행동합니다. 이 역시 사회에서 힘이 없고 가정에서도 힘이 없는 슬픈 준비되지 않은 어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부모님의 행동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가 간다는 것이지요. 제가 어릴적 생각한 어른은 항상 바르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까지 교정해주며 많은 경험 속에서 어느정도 저마다의 진리를 깨우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 부모님이 우는 것을 본 날, 어른스럽지 않게 싸우시던 날 저에게는 작지 않은 충격이었고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어느덧 10대를 지나 20대 중반이 되었고 아직 자녀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무게가, 그 서투름이 왜 발생했는지 이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왜 어른인데 저렇게 어리석게 행동하지?"라는 질문에서 "저들도 아직 성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짊어진 무게가 너무 크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른은 슬픔과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고통을 느껴도 그 감정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영화에서 "불"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알코올 램프의 불, 가족사진을 태우던 불, 배에 붙은 불 등등 말이죠. 이 불은 감정선의 흐름을 나타내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불은 재를 남기고 사라지죠. 태울 요소가 다 사라지면 더 이상 불로 남아있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의 불안한 마음, 한편의 미련, 화해와 용서의 순간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장면을 활활 타오르는 불을 통해 환상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후반부 장면에서 배에 불이 붙어 침몰한 뒤 스스로를 안아주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른"이라고 부르는 존재와 화해하고 자기 자신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 같아, 두 세대 간의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아름답게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많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일,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인생에서 극히 일부죠. 그 과정에서 어떠한 태도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고 싶다면 잠시 극장에 들려 이 영화를 꼭 감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지나가는 영화가 아니라, 시대가 지나도 남을 명작. 소마이 신지의 [이사]는 7월 23일 전국 극장에서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옵니다!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mypage/news_insert.php?mode=update&no=76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