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심 속으로.
7월 22일 용산 아이파크몰 cgv를 다녀왔습니다. 전설적인 뉴웨이브 밴드 토킹 헤즈의 콘서트 실황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의 시사회를 보기 위함이었는데요, 저는 원래 밴드를 좋아하고, 밴드를 다룬 영화, 뮤비 모두 좋아합니다.
밴드라는 그룹이 주는 어떠한 느낌 때문입니다. 밴드 음악은 다른 음악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 속에서 느껴지는 "주체성"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점이 다른 음악과 다르죠. 주체성이 결여되고 사운드적으로만 밀어붙이려 하는 요즘 시대의 많은 음악들은 잠깐 듣기에는 괜찮지만 어떠한 깊은 감동이나 울림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 방송에서 봤는데, 어릴 적 친구들과 "이 노래는 어때?"하며 취향을 공유하고 함께 멜로디 라인을 쓰고 악기를 하나씩 얹으며 "오, 이거 괜찮은데?"하며 만든 음악들은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주체적이기에 노래 역시 주체성 있는, 울림이 있는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준비해서 하는 공연은 과정 자체에 감동이 있기에 현장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며 함께하는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낄 수 있죠.
그런 점에서 1983년 그들이 준비했던 콘서트의 열기 속으로, 그들이 만든 음악, 독보적인 스타일을 느끼러 가 보았습니다.
이 작픔의 제작사인 A24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제작사입니다. 이들의 선구안을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선정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관람하고 또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들은 실망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조나단 드미가 만든 이 쟉품은 흡사 영화관이 아니라 콘서트장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토킹 헤즈의 공연의 모습을 섬세하고, 그들의 떨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1983년 그 당시의 분위기, 패션, 행동, 말투 모든 것들이 영화 내에서 완벽하게 구현되었고, 실제 과거의 콘서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게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가끔 그럴때가 있죠. 퀸 혹은 건즈 엔 로지즈, 메탈리카 등 전설적인 밴드가 남겼던 전설적인 무대를 다시 한번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 현장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전율, 함께 느끼는 유대감, 전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그 떨림. 그 감정들은 그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죠.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느낌을 느끼는 많은 이들의 니즈를 해결해준 획기적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경험할 수 없었던, 1983년의 토킹 헤즈의 공연을 보며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던 관객들과 친구가 된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고 때로는 토킹 헤즈의 멤버가 된 것 처럼 그들과 함께 무대의 전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촬영의 퀄리티 자체가 너무 좋았고, 다양한 연출을 잘 담아냈습니다. 알고 보니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촬영감독 조던 크로넨 웨스가 참여했으며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만을 담은 이 영화는 콘서트장 그 자체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최고로 적합했습니다.
2023년 A24에서 4k & IMAX 포멧으로 리마스터링 되어 현대에 만들어졌다고 봐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완벽한 퀄리티의 작품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펜타포트 인천 락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가수 [장기하]도 토킹 헤즈의 열혈한 팬인데, 독보적인 음악 스타일을 형성한 장기하가 왜 그의 팬인지 이 영화를 본다면 단번에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음악과 무대만으로 88분 동안 1983년 토킹 헤즈의 콘서트장, 그 속으로 다녀오고 싶다면 이 영화를 늦기전에 영화관에서 꼭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다큐멘터리와 콘서트 영화의 역사를 뒤바꾼 걸작 <스탑 메이킹 센스>는 2025년 8월,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 최초, CGV 단독 개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