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다

[Review] 포토북 속의 매그넘

by 상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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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담아내 표현하는 사진이라는 예술은 순간을 포착하고 기록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냥 놓치고 지나갈 수도 있는 혹은 세세히 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무언가를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죠. 그런 점이 사진의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청동에 있는 사진 전문 미술관인 '뮤지엄 한미'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고마운 휴식터같은 공간입니다.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뮤지엄 한미는 이전보다 더 깔끔한 구조와, 안정적인 형태를 자랑하는데요, 이번에 [포토북 속의 매그넘 1943-2025] 전시를 보러 이곳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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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리에 작가, 채무 작가, 앙리 카르티에, 타니카와, 카와우치 작가 등 여러 작가들의 포토북을 가지고 있는데요.. 요즘도 한국 서점 혹은 일본의 츠타야에 가서 여러 포토북을 보며 많은 영감을 받곤 합니다. 사진 작가마다 다른 생각과, 다른 스킬으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도 모두 다르고 포착하는 장면 모두 다른 개성을 가집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47년에 창립된 사진가 협동조합 매그넘 포토스의 사진가들이 제작한 약 150권의 포토북을 통해 지난 약 80년간의 기록을 공개합니다. 뉴욕, 파리, 런던의 매그넘 사무소에서 엄선한 포토북을 모아감상자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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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사진과 별개로 포토북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방법, 포토북을 통해 역사적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사색할 수 있는 방법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리뷰를 남깁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전시는 총 6개의 파트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매그넘 작가들의 포토북을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넘겨 볼 수 있어, 그들이 감상자로 하여금 사유하고 싶게 하는 그 무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시대로 돌아가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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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진은 연기에 휩쌓인 건물, 9.11테러 때의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었습니다. 입을 틀어막게 되는 긴장감과 잔혹함, 참담함이 그대로 전해짐과 동시에 굉장한 불안함과 슬픔을 느꼈습니다. 사진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현재라는 건 현재라고 부르는 그 찰나,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이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장면을 생생하게 담고 우리 눈에 들어왔던 그 장면을 더욱 섬세하게 포착하여 기록하는 방법밖에 없는데요. 그 역할을 바로 사진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위험한 순간에 왜 사진을 찍고 있지?"라는 생각을 어릴 때 해본적이 있는데, 이젠 어느정도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남기고, 기록하여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인인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불의에 대비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식 아닐까요.


Part.3의 마틴 파가 단독으로 기획한 파트도 역시나 인상 깊었습니다. 포토북이 중요한 예술 형식으로 자리잡은 2000년대 이후 젊은 작가들은 포토북에 어떤식으로 접근했는지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 파트가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구조나 배치만을 통해 공통되는 감각을 느끼도록 한 부분이 있는 반면, 강렬한 색의 대비로 시선을 끄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굳이 스토리텔링만을 고집하는 과거의 포토북과는 다른, 미술적인 효과를 통해 구성을 하려고 하는 시도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잠시 짧은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 듭니다. 현대와 과거를 연결짓는 다양한 감정들을 향유하며 마치 여러사람과 재밌는 대화를 나누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포토북이 담당할 수 있는 역사적 성찰 혹은 이미지의 조합을 통한 새로운 감정의 창출 등 다양한 역할을 배울 수 있던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포토북과 함께 과거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고 싶으시다면 한번쯤 들러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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