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에서 호두파이를 팔다
어느 날 나에게 열린 길
요즘의 맘카페는 욕을 종종 먹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요샌 잘 들어가 보지 않는다.
10년 전 맘카페는 소소한 일상이야기, 육아이야기로 서로 위로하고 칭찬하고 지역정보도 얻는 그런 커뮤니티였다.
내가 호두파이 사진을 맘카페에 올린 것도 단순한 솜씨자랑이었다. 몇 개월 동안 배워온 베이킹이 이제 어느 정도 손에 익어서 이만큼 능숙해진 게 뿌듯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올린 호두파이 사진을 본 맘카페 회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냐며 솜씨가 좋다고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난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의 내 노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어깨가 마구 올라갔다.
그중엔 사 먹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다. 난 그저 칭찬으로 이해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내가 만든 호두파이를 팔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난 그냥 내가 어디에 취직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뜻밖에 적극적인 분들이 있었다. 카페에 공개된 내 닉네임을 통해 나에게 개인적으로 쪽지를 보냈다.
'우리 애가 고3인데 집에서 만든 호두파이를 먹여보고 싶다.'
'내가 진짜 진짜 호두파이를 좋아하는데 동네에 맛있는 호두파이를 찾기 힘들다. 한 번만 먹어보자.'
이웃들이 이렇게 먹어보고 싶어 하니까 그럼 재료값만 받고 한번 만들어 드리자 싶었다.
그렇게 호두파이 4판을 구웠다.
'일단 호두파이는 구웠는데 어떻게 전해주지...?
아! 내가 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갖다 드려야겠다. 내가 만든 걸 먹어준다는데 너무 고맙잖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난 밤에 호두파이를 구워서 포장을 해두고 다음날 아침에 차에 실어뒀다. 그리고 학원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주문받은 4군데에 방문해 직접 전해드렸다.
반갑다고 서로 인사도 하고,
반찬 같은 먹거리도 나에게 챙겨주시고,
돌아가는 길에 먹으라고 커피나 간식도 주시고,
애들 주라고 작은 선물도 챙겨 주셨다.
훈훈한 이웃들이었다.
그러고 나는 애들을 각각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근데 그 사이에 그 훈훈한 이웃들이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맘카페에 진짜 맛있는 호두파이라고 각자 후기를 올리신 거다.
그날 저녁, 후기글에 달린 댓글과 내 쪽지함과 핸드폰 문자는 폭발했다. 너도나도 나에게 어떻게 하면 그 호두파이를 먹어볼 수 있는지 물었다.
'오 이게 뭐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지?
잠깐만... 나보고 호두파이를 만들어 팔라고?
이게 가능한가???'
난 들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