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돈을 벌 수 있겠구나
내 가치는 내가 만든다
그날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알았다.
'아... 나한테 기회가 온 거구나...
인생에 3번의 기회가 있다더니 그 기회라는 게 온 거구나!'
그날부터 나는 호두파이를 구웠다. 처음 4판은 정말 재료값만 받은 거라 고민 끝에 가격을 많이 올려서 정했는데도 괜찮다며 주문이 쏟아졌다.
사실 가격 정할 때는 무척 소심해졌다. 일단 내가 만든 걸 팔아도 되는 건지에 대한 걱정과 가격이 비싸져서 아무도 안 사 먹으면 어쩌지 싶은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지만 재료값에 3천 원만 붙여서 팔아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땐 서울에서 케이크 디자이너 수업을 듣던 때라 같은 수업을 듣는 언니들에게 가격을 이야기해 봤더니 그중 한 명이 정색을 했다.
"너는 너의 시간과 노동력을 가치 없게 생각하는 거니? 육아와 병행하며 틈틈이 일해야 해서 몸 축내가며 구워야 하는 건데? 너 자신의 가치를 좀 제대로 계산해!"
'아... 나의 가치? 내 시간과 노동력의 가치?
그렇구나. 내가 굽는 호두파이에 그런 의미까지 있는 거였어.'
내 가치까지 포함되는 거라면 제대로 된 값을 받고 나도 제대로 해보자 싶었다.
그렇게 호두파이 주문을 받기 시작하면서 내 스케줄은 스파르타가 됐다.
아침 일찍 남편 출근부터 시키고,
애들을 깨워 밥 먹이고 등원 준비해서 각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들여보냈다.
그러고 나면 출근 러시를 뚫고 서울에 가서 케이크수업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차에 실어둔 호두파이를 배달하고 애들을 각각 픽업했다.
다시 집에서 애들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틈틈이 빨래 청소 설거지하고 애들을 재우고 나면...
그때부터 나는 호두파이를 굽는 거다.
빠르면 10시... 늦으면 11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어느 날은 3시간 자고 어느 날은 1시간을 잤다.
그리고 다시 이 루틴이 도는 거다. 매일매일...
어떻게 이렇게 사냐고?
가능한 스케줄이냐고?
가능하다. 사람이 뭔가에 미치면 다 하게 되더라.
그때의 나는 피곤한 줄도 몰랐다.
해야 했고 하고 싶었다.
내 호두파이는 맘카페 안에서 유명해져서 요새 챌린지 하듯이 후기가 올라왔다.
'나도 먹어봤다! 정파이님 호두파이!'
그런 글이 올라올 때마다 내 텅 빈 자존감이 차곡차곡 채워졌다.
아드레날린인지 도파민인지 모를 뭔가가 내 안에서 끓어올랐다.
(실제 카페 닉네임은 따로 있다. 괜히 정파이로 찾아보실까 우려되어 코멘트를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