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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Oct 31. 2023

도망 다니는 이유


 그 사람에게 지은 죄도 없는데 마주치면 바쁜척하고 피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놀이터를 장악하는 엄청 큰 목소리의 아이 엄마다. 어쩌다 아이들의 학원이 같아서 몇 번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인데 처음부터 몇 년은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하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던 그녀다. 난 싹싹하지 않지만 남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는 편이다. 타인에 관한 험담을 듣고 호응해 줬더니 나를 마주칠 때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눈치여서 적당히 거리를 두었다. 언젠가 한 번은 놀이터에서 내 아이와 친구가 놀고 있었고 그녀가 왔다. 그녀에게서 내 아이의 친구를 험담하고 싶어 하는 낌세가 느껴졌다.

" 저 친구는 좀 과격하죠? 보니까 언니 애는 착하던데.. 쟤는 좀 말 안 듣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애들 다 똑같지 뭐~" 싱거운 나의 대답에 그녀는 시큰둥해하며 자리를 옮겨갔다.



 며칠 전 저녁시간, 오랜만에 놀이터에 아이와 나갔다가 목청이 엄청난 여자 목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그녀가 있다. 삼삼오오 모인 동네 엄마들에게 본인 얘기를 하느라 얼마나 쩌렁쩌렁 크게 말하는지 모른다. 아이들 흉부터 시부모에 대한 불만, 중고 물건 거래, 마트의 과일 상태 등 주제에 제한이 없다.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다.

머리가 울리는 기분이다. 해가지고 어스름이 깔리는 저녁시간에 오랜만에 놀이터를 누리는 아이를 유유하게 바라보고 싶은데 그녀의 거슬리는 소음이 방해한다.

 

쉼 없이 따따따 말하는 게 듣기 싫다. 남이 한마디 말 할 틈도 없이 본인 이야기만 열 마디 백 마디 수다공격을 퍼붓는 그녀의 행태는 나를 지치게 만든다. 그냥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온몸에 덕지덕지 달라붙는 느낌이다.


 집으로 들어와 테러당한 귀를 음악으로 정화했다.

아... 피곤한 사람은 역시 내가 피하는 게 최선이다.


도망가자.

피곤한 존재로부터




#수다#놀이터#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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