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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어 Aug 05. 2024

학원에서 일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겁 많은 초보 강사


 나는 독서지도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요즘 아이들의 심각한 문해력 때문인지 학부모들에게 독서학원은 핫한 학원 장르다. 비슷한 독서지도 학원만 2~3년 새 꽤 많이 생겨났다. 아이들의 단계와 능력은 제 각각인데 혼자서 여러 명을 지도하려니 순간순간 머리가 띵하다. 알아서 잘하는 아이는 책을 어느 정도 읽으면 스스로 글쓰기를 무리 없이 진행한다. 반면에 줄거리 요약이 힘겨운 아이 곁에서 읽은 책의 내용을 질문하고 중심사건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하고, 글로 옮기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스톱워치로 독후감 시간을 재주고 글 내용을 확인한 후 첨삭을 한다. 첨삭이 독서학원 업무의 끝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주로 감상적인 글만 읽고 써온 내가 아이들의 글을 논리적으로 교정해 주려니 뇌에 과부하가 온다. 첨삭하랴 단원 테스트하랴, 책 읽히랴, 안구운동 시키랴, 멀티가 되어야 하는 곳에서 내 뇌는 멀티가 되질 않으니 시간에 쫓겨 애꿎은 스마트 워치만 자꾸 보게 된다. 결국 높은 단계의 글 첨삭은 경력이 오래된 선임 선생님께 넘길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지금의 내 역량이 딱 여기까지인 것이다.


 90분의 시간 동안 아이들 개개인이 해야 할 과제들을 챙겨야 하고 늦지 않게 끝내줘야 하니 종종걸음으로 놓친 게 없는지 한 명 한 명 확인하느라 조급해진다. 속도 모르고 물을 마시기 위해, 화장실을 가기 위해 교실을 들락날락하는 저학년 아이들은 참으로 해맑다.


 처음엔 줄거리를 말로 설명하는 것도 힘들어해서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던 2학년 아이가 몇 달 만에 원고지에 띄어쓰기를 하며 요약도 제법 깔끔하게 해낼 정도로 성장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서 글을 쓰도록 선생님으로서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전쟁 같은 네 시간이 지나고


음이 다 녹아버려 밍밍해진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퇴근길이 행복하다. 오늘도 버텨냈다는 안도의 한숨을 맘껏 쉴 수 있다.


아직도 매번 출근 한 시간 전부터 두통이 찾아올 정도로 긴장하지만 4개월 차 초보강사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독서학원#시간강사#파트타임#알바#글쓰기#첨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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