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타인이 되어버린 우리
너와의 추억을 정리하는 데는 정말 오래 걸렸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인 기억을, 20살부터 22살까지의
추억을 어떻게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을까.
그렇게 미루고, 또 미루다가 결국 정리를 시작했어.
막상 꺼내 놓고 보니 우리의 추억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
사진 찍는 걸 싫어했던 네 덕분인지 남아 있는 건 반지 케이스 하나,
100일 선물로 받았던 향수의 포장 상자,
그리고 5~6장 정도의 인생네컷이 전부였어.
그것들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허무했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받은 것이라곤 향수 하나와
두세 번 정도 사줬던 꽃이 전부였다는 사실이.
원래 다들 정리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하던데, 나는 그렇지 않았어.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물질적으로 남은 추억이 많지 않아서였는지는 모르겠어.
어쨌든 힘들지는 않았어.
대신 너는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자잘하게 이것저것 많이 줬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힘들어했던 걸까?
너는 나와의 즐거웠던 기억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고,
흑백처럼 안 좋은 기억만 남아 있다고 했는데,
어쩌면 내가 추억을 정리하는 동안,
너도 우리의 기억을 다시 꺼내 보고 있었을까.
이제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정말 마지막으로 헤어지고,
네가 다시 붙잡으러 온 날.
그날 내가 했던 모진 말들은 사실 진심이 아니었어.
더 붙잡고 있어봤자 서로를 더 힘들게 할 게 분명했으니까.
무엇보다 네가 너무 힘들어 보였으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보자고 했을 때,
너는 내 품에서 흐느끼고 있었지만
나는 울지 않으려고 애써 참았어.
그런 것까지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나는 기다리겠다는 너를 그 자리에 남겨두고, 매정하게 돌아섰어.
너를 남겨두고 들어온 도서관 앞,
친구를 불러내 담배 한 대를 빌려 물었어.
매캐한 연기가 폐부 깊숙이 박힐 때야 비로소 참았던 울음이 터졌어.
네 앞에서는 지독하리만큼 매정했던 내가,
네가 없는 그늘 아래서야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무너져 내린 거야.
너 앞에서는 그렇게 매정했지만,
네가 없는 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정말 서럽고, 슬프게 울었어.
이제는 말할 수 없게 된 이야기들이지만.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 건
꿈에 네가 나왔기 때문이야.
헤어진 상태로.
꿈속에서 너를 보고
‘헤어진 사람이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에
도망치듯 피하다가 잠에서 깼어.
별다른 이유는 없어.
다만 이미 끝난 사람은
꿈에서도 끝난 상태로 나타난다는 것.
그래서 조금 늦게, 이렇게 글을 써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