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빵집에서 배운 창업의 모든 것
망원동 망리단길에 가게를 열기 전 우리는 건축가도 아니고 인테리어 전문가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망원동 골목에 들어설 그 작은 공간을 딸은 직접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아주 컸습니다.
“아빠, 이건 우리 가게잖아. 내가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진짜 내 가게가 될 것 같아.”
목수 두 분이 목공 작업을 통해 뼈대를 잡아주었지만 목공으로 설치된 가벽, 제작한 테이블, 프론트데스크 등 만들어진 목재 가구에 스테인 및 바니시 작업을 하고 벽면에는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에는 바닥재를 붙이고, 청계천에서 조명을 사다가 설치하고, 선반을 고정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우리들의 몫이었습니다.
붓질을 하며 페인트 냄새 속에서 웃던 딸, 무릎을 꿇고 하루 종일 바닥재를 붙이다 손에 본드 자국을 묻히던 제 모습, 선반을 달고 못질을 하며 조금씩 매장같은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을 보며 웃던 순간 등 우리의 노력과 땀방울로 얼룩진 하루하루의 기억들이 온리디스베이커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목공작업 등을 통해 망원 매장이 점차 모습을 갖추어갈 무렵, 우리는 베이커리카페 전시회에 찾아갔습니다. 물론 그냥 방문하는 것은 아니었고, 나름대로 도면을 만들어 배치도를 그려보고 장비의 위치를 잡아봤습니다. 전시회장에서는 수십 종의 오븐, 믹서, 발효기 등이 있었습니다. 딸은 꼼꼼히 만져보고 물어보고 기록을 했습니다.
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은 예산도 맞추어야 하고 매장 크기와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배치 등의 문제로 인해 의사결정을 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리된 장비들은 작은 가게를 넘어 딸의 꿈을 구체화시키는 도구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3번의 박람회장을 방문하던 끝에 선택한 도구들을 한번 소개해 보겠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 카페의 심장 같은 존재. 커피 한 잔을 내릴 때마다 손님과 만나는 첫인상이 되기에 오래 고민 끝에 튼튼하고 안정적인 모델로 선택
오븐 2개 : 빵집의 영혼을 불어넣는 장치. 반죽이 살아 숨 쉬듯 부풀어 오르는 순간을 만들어줄 유일한 동반자. 좋은 오븐을 고르기 위해 여러 전시회에서 불판 위를 들여다보던 딸의 진지한 눈빛이 아직도 선함
스탠드 믹서기 : 묵직한 반죽을 쉼 없이 돌려내는 힘.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딸의 두 번째 팔
발효기 : 빵의 성패를 가르는 조용한 공간.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 필요
냉장고와 냉동고 : 버터, 우유, 크림, 달걀을 신선하게 지켜줄 공간
제빙기 : 여름이면 더욱 바빠질 음료 메뉴의 동반자. 얼음이 없으면 반죽도 할 수 없기에 하루도 운영할 수 없음
쇼케이스 : 손님과 빵이 처음 만나는 무대. 조명의 종류와 각도에 따라 손님의 발걸음을 결정
작업 테이블과 스테인리스 선반 : 매일 반죽을 올리고 내릴 든든한 동반자. 땀과 밀가루가 묻어도 묵묵히 버텨줄 공간
토스터와 핫플레이트, 블렌더, 전기포트 : 작은 조연 같지만 하나라도 빠지면 하루가 삐걱대는 없어서는 안 될 조력자들
가게를 채울 장비와 인테리어 등은 단순히 돈으로 사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딸과 저는 발품을 팔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며 하나하나 골라야 했습니다. 커피머신, 베이커리 오븐 등을 고르기 위해 처음에는 황학동 중고거리를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아빠, 혹시 중고라도 쓸 만한 게 있지 않을까?”
매장에 빼곡히 늘어선 중고 장비들 사이에서 상태를 꼼꼼히 살피며 새 장비와 중고 장비 사이에서 장단점을 비교했습니다. 또, 최신 트렌드를 보기 위해 베이커리 관련 전시회는 빠짐없이 다녔습니다. 박람회장 안에는 수십 종의 오븐, 믹서기, 쇼케이스가 줄지어 있었고 딸은 박람회 직원의 설명을 듣고 적어가며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았습니다.
가게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것은 빵과 커피만이 아니었습니다. 손님이 머무르는 테이블과 의자를 고르기 위해 크고 작은 가구 매장을 수없이 돌아다녔습니다.
“아빠, 이 의자는 오래 앉아 있어도 편할까요? 그리고 이 테이블은 빵과 음료를 올렸을 때 잘 어울릴까요?”
딸의 질문 하나하나에서 저는 그녀가 이미 사업가의 눈을 갖추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장의 인상을 좌우하는 조명등 구매를 위해 우리는 아는 전기 전문가 지인과 함께 청계천 조명 거리에 나가 매장 크기와 벽 색깔에 어울리는 조명을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조명을 켰다 껐다 해보며 밤늦도록 골라낸 전등 하나하나가 결국 매장의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거치며 저는 점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딸은 이제 비용, 효율, 분위기까지 계산하는 진짜 창업가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황학동의 좁은 골목, 박람회의 북적임, 가구 매장의 나무 향, 청계천의 반짝이는 조명 등 그 모든 발걸음 속에는 한 청년 창업가의 꿈이 더 단단히 빚어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