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작빵창모 연재_망리단길 작은빵집의 하루가 시작되다

작은 빵집에서 배운 창업의 모든 것

매장 오픈 이후 초반의 일상은 아침 다섯시 반,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매장 불을 켜고 반죽을 꺼내고 오븐의 온도를 맞추며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딸은 새벽에 밀가루 봉지를 뜯으면 하얀 가루가 바닥에 날려 앉아 마치 눈밭 위에서 일하는 것 같았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아빠, 오늘은 메론빵을 조금 더 구워야겠어. 어제는 금방 다 팔렸거든.”


새벽 공기 속에서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자신감 있게 또렷해졌습니다. 오븐 문을 열자 퍼져나오는 맛있는 빵냄새가 매장을 가득 메우면 작은 공간은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이 되곤 합니다.

매장은 오전 열한시 쯤이면 첫 손님이 들어오게 되고 커피를 주문하며 빵을 고르는 단골, 아이 손을 잡고 들어와 거북 메론빵을 사가는 엄마, 여행자 티가 나는 외국인들과 망원동 망리단길에서의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장 안은 매일 작은 축제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처음엔 하루에 몇 명 오지 않던 손님들이 점점 늘었습니다.


“사장님, 어제 먹은 휘낭시에 진짜 맛있었어요.”

“소금빵은 언제 나오나요? 예약할 수 있어요?”


이런 짧은 대화가 쌓일수록 손님과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어느새 단골 고객들이 조금씩 생겨났습니다.

망원동은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외국인 방문객이 많습니다. 어느 날 매장에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은 휘낭시에를 한 입 먹더니 눈을 크게 뜨며 말했습니다.


“Very crispy! So delicious!”


그날 이후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찾아왔고,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습니다. 어느 프랑스 손님은 매주 같은 요일마다 소금빵을 사가기도 했습니다.


“이 빵은 파리에서도 쉽게 못 만나요.”


그의 이런 말은 딸에게 가장 큰 칭찬이 되었습니다.

연재8 거북이 주방 사진.jpg

특히 거북메론빵은 아이들에게 인기 폭발이었습니다. 귀여운 거북이 모양 때문에 아이들은 메론빵을 “거북이 빵 주세요!” 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빵을 두 손으로 꼭 쥐고 한입 크게 베어 물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새벽부터 주방에서 수고한 노력을 보상해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고객은 단순히 빵을 사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말 한마디는 우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큰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친구랑 같이 왔어요.”

“저번에 먹은 빵이 너무 맛있어서 부모님도 드시라고 사왔어요.”

“한국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여기 빵이 제일 맛있어요.”


짧은 대화들이 조금씩 쌓여 가며 매장은 사람과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이 되어갔습니다.


매장 한편에서 딸이 고객과 함께 하는 장면들을 지켜보며 제가 깨달을 것은 창업은 단순히 빵을 굽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굽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처음 인테리어를 함께 하며 묻힌 페인트 자국, 전시회에서 만지던 오븐 손잡이, 새벽마다 흘리던 땀방울 등 그 모든 것이 모여 작은 매장을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브랜드로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온리디스베이커리의 하루는 반복 같지만 그 속에는 매번 새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외국인 손님의 눈빛, 아이들의 웃음소리, 단골들의 따뜻한 인사 등이 모여 사업장은 더 단단해지고 딸은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창업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버지로서 저는 매일 새벽, 작은 가게 안에서 하나의 답을 얻었습니다.

창업은 자본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손끝의 정성과 사람과의 연결이 모여야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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